저희집 큰애는 중3이고 지방이긴 하지만 성적도 상위권입니다. 뭐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어서 학원 선생님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칭찬도 종종 듣고 아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들 덕에 제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워낙 심성이 여리고 착하다고 알고 있었어요. 애가 관심 갖는 거라곤 오로지 축구하고 공부밖에 없다고...그런데요,

사건 1. 이주 전쯤, 아이가 샤워하고 있을 때 아이 방에 있던 폰 알람이 울려서 제가 대신 끄려고 갔어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2G폰으로 알람 설정을 해놓았더라고요. 그런데 폰 배경화면이 나체의 여자가 적나라하게 다리를 벌리고 있는 민망한 애니메이션 장면이더라고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밥 먹으러 온 애한테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가 대신 네 알람을 껐는데 배경화면이 너무 민망하더라. 그런 건 어디 폴더에 숨겨놓던가 지우던가 해야 하지 않겠니. 그런 건 어디서 얻었니?' 했더니, '친구가 사진을 보내고 제 멋대로 배경화면 설정을 했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사건 2. 오늘 새벽 여섯시 안되어서 아이 방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나더라고요. 잠결에 잠꼬대 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그래서 저는 큰애가 꿈을 꾸나보다...하고 생각했어요. 아침 준비하려고 거실로 나왔는데 핸드폰 충전하는 데 보니 애 폰이 없더라고요. 애 방에 가 보니 이어폰을 귀에 꽂고 뭔가를 보고 있다가 저를 보고는 새벽에 하는 외국 리그 축구 경기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줄 알았어요. 종종 새벽에 일어나 축구를 보던 아이니까요. 그러고선 학교 갈 준비 하고 있는데 아이가 교복 넥타이가 없다고 하길래 같이 그 방에 들어가서 찾아보았더랍니다. 침대 밑에 들어갔나 허리를 숙이고 보는데 휴지 뭉치가 있더라고요. 애 방 치울 때도 휴지 뭉치를 종종 봤는데 지금까지는 애 비염 때문에 코 푼 휴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휴지 뭉치 사이에 음모로 보이는 털 한 가닥이 보이고...축축하고...혹시나 싶어 냄새를 맡아 보니..아시죠, 그 특유의 비린내...(애는 제가 냄새 맡는 건 못 보았어요.)

애한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내색도 않고 아이는 학교로, 저는 직장으로 각각 헤어져 온 상태입니다. 아직 순진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새벽에 몰래 핸드폰을 가져가 음란물을  보며 자위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오만정이 떨어지고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커가는 과정이라고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심정으로는 아직 거부감이 상당해요. 남편하고는 주말부부라서 주말이나 되어야 볼 텐데...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기야 하겠지만...이대로 모른 척 하고 넘어가는 게 맞는건지...아이 아빠에게 애랑 얘길 해보라고 해야 하는지...혼란스럽네요.

항상 우리 부부에게 한없이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나 모르게 뒤에서 할 건 다 하는 그런 놈이라고 생각하니 배신감도 들고...징그럽기도 하고...너무 이른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네, 당연한 과정이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이렇게 눈으로 생생하게 그 현장을 마주하니 평정심을 갖기가 무척 힘드네요.

이런 내용의 하소연을 어디 주변에 할 데도 없어 여기 해오름에 와서 털어놓습니다. 같은 경험을 가진 선배맘들의 충고와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