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아버지의 어머니

그러니까 시할머니 되시는 분은연세가 아주 많으십니다.

어릴때 남편을 잃고 아들 4 딸 4 키우셨어요.

농사짓고 팔고

큰 아들이 죽고 큰 며느리와 너무 안맞아서

작은 아들인 우리 아버님이 모셔야 하는데

우리 어머님이 싫어하셔서

할머니는 자식들집을 6개월씩 돌아가며 사셨습니다.

전 사실 이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저희친정이 큰집이라무조건 다 모셨거든요.

그게 자식된 도리 아닌가요?

막판에는 요양원 보냈다가

다시 큰며느리한테 돈 모아서 주고 큰며느리한테 보냈는데

큰 며느리 =저한테는 큰 어머니

이 큰 어머니가 한 성격 하시는데

할머니가 대변을 지리기 시작하자 대변 치우는거 싫다고 밥을 굶기셨답니다.

한달만에 찾아가 본 할머니는 뼈만 남아 있었어요.

친척들이 할머니 드시라고 사다주신 쇠고기를 옆에 앉아서 자기가 다 먹었다는 겁니다.

할머니는하나도 안주고

이상해서 불시에 작은 아버님이 찾아갔고

문을 잠궈놓고

큰 어머니는 꽃놀이 가셨답니다.

저희 시부를 비롯한 다른 모든 형제들은

할머니가 자기들을잘 못 키워줐다고 그 재산을 죽은 큰아들 다 줘서 큰 며느리가 다 팔아먹었다고 평생 그걸 원망을하시더군요.

돌아가시고 나서

굶겨 죽이고 나서 장례식장에서 큰어머니는 앉아서 히죽히죽 웃으시는겁니다.

얼마나섬뜩스럽든지

나이들어서 편하게 갔다고

갈때 됐다고

호상이라더군요.

사람이 죽었는데 호상이라뇨?

상에 호상이 어디있나요?

그런데요.

그리 시어머니 안 모셔놓고 천대해놓고

저희 시댁에 계셨을때 할머니한테 시모가 할머니 막대하는 걸 봤어요.

자기는 아들이 모셨으면 하더만요.

ㅎ

저희 형님이

어머님도 시어머니 안 모셨으면서 그걸 바라시는건 좀 웃기시지 않냐고 하더만요.

다들 강적이지요.

얼마 후 큰어머니가 동사무소에서 주는 효부상을 받았다네요.

헐

헐

헐

할머니를 굶겨 죽였는데

한번씩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시면 전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나서 이야기를 잘 했는데요.

처녀시절 이야기

남편이 일찍 죽고 너무 무서워서 밤새도록 울었던 이야기

장남 하나 잘해주면 장남이 다 알아서 동생들 건사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

사는게 다 부질 없다는 이야기

할머니첫사랑은 동네 오빠였다는이야기

전 이번 명절에도

웃고 떠들며 서로 샘을 내는 시모 작은 어머님 큰어머님을 보면서

호러물이 따로 없다고 느껴지더만요.

큰어머니는 어찌나 잘 드시는지

그 며느리는 드시는 거 보면서 눈을 흘기고 있고

늙어도 자기 재산 있어야 하고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말고

혼자 살면서 깔끔하게 사는게 낫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드는 명절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