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항상 일에 지쳐서 다닙니다. 회사에서 늘 가장 늦게까지 일하고 회식에도 열심히 참여하여 인간관계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단점이라면 책을 안읽어 시사상식 많이 부족하고 열심히 일하는 만큼 능력발휘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뛰어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은 부분 부족해서 아마 남들의 두배정도는 일해야 겨우 따라잡을 정도같습니다. 실생활에서도 저를 많이 실망시키는 스타일입니다. 장점이라고는 성실성밖에는 없습니다. 촛불집회같은 거에는 관심도 없고 국정농단 비선실세 이런 거에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정치 스포츠 어디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회사일만 열심히 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작년 말에 동기들이 임원으로 승진한 가운데 남편은 계열사로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대학동창들도 많이 임원으로 승진했구요. 솔직히 속상해야 할 것 같은데 자기는 괜찮답니다. 그러면서 그 전 직장 동기들도 자주 만나 어울리고 대학동창들도 만나 축하해주기 바빴습니다. 선천적으로 욕심이 없이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이번 구정때는 아버님이 아이 대학 합격했다고 주신다는 축하금도 남편이 안 주셔도 된다고 극구 사양을 하여 아버님이 결국 주시려던 돈의 반만 주셨습니다. 그것도 남편이 안받겠다고 하는 것을 제가 미움받을 각오하고 말씀드려 받았습니다. 실생활에서도 많이 부족한 데 가장 정도가 약한 예를 들자면 핸펀을 보고 있길래 인천에서 광저우까지 비행기로 몇시간인지 검색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검색을 하는 것 같아 기다렸는데 5분이 넘어서도 찾지 못해 제가 보니 광저우를 광조우로 검색했더라구요. 사는 데 필요한 상식도 많이 부족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삽니다. 거기다 타고난 길치라 내비없이는 어디를 가지도 못하고 대략적인 위치도 잘 모릅니다. 강남 10년째인데 아직까지 내비없이 코엑스를 한번에 못찾아갑니다. 그러니 어디 갈 때도 설명을 해줘야 하고 무엇을 살 때도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똑같은 물건을 가장 비싸게 사기 때문에 제가 인터넷으로 사주기도 하고 백화점도 따라다녀야 합니다. 문제는 제가 괜찮으면 되는데 정말 미칠 것 같이 답답하고 힘들다는 겁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상대가 바로 남편입니다. 남편말고는 자식이든 친정부모님이든 다 평균이상입니다. 형제 자매들도 다 좋습니다. 시부모님은 성격은 좀 그렇지만 똑똑하고 영리하십니다. 남편 이 한 사람이 정말 저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본인은 죽다 살아나도 모를겁니다. 제가 힘들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자랄 때 외동아들로 귀하게 자라 자존감은 높아 자기가 엄청 잘난 줄 압니다. 남편은 제가 건들지만 않으면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실수를 그렇게 해대도 자기한테 이상있다는 생각은 안하고 웃기만 합니다. 그게 더 미치겠습니다. 마음 고생하고 산 흔적이 얼굴에 나타나는지 동안이었던 제 얼굴이 이제는 노안이 되어버렸습니다. 항상 짜증난 표정이 얼굴에 녹아들었겠지요. 결혼한지 20년 되었는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은 없고 그냥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입니다. 남들은 더 열심히 살았는지 임원으로 승진도 하고 사업으로 승승장구도 하는데 우리만 절정없이 도약기에서 쇠퇴기로 직진하는 것 같습니다. 남편한테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회사에서만 인정받기를 바랬는데 마지막 희망이 꺼지자 너무나 힘듭니다. 우울증에 걸린 건지 사는 게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차라리 이대로 제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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