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으로 아이 케어하며 엄마로만 십수년을 살아왔습니다

남들과 섞이는 거 불편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성향이라

굳이 주변인들과 접촉할 이유도 외로움도 모르고 살았어요

얼마 안되는 지인들과의 친분은 오래 유지되나

대체로 수화기 너머의 관계이고

간혹 점심약속이라도 잡히면 그건 또 왜그리 안내키는지,,,

한번씩 숙제하는 기분으로 만남을 유지합니다

아이도 외동으로 낳아 집중해 키웠어요 -제가 둘을 케어할 그릇이 못된다 생각해서 

본인 할일 똑부러지고 공부도 스스로

딱히 사춘기 없이 엄마아빠와의 관계도 넘 좋은,,

제겐 분에 넘치는 착한 아이지만

그럼에도 한번씩 버겁다고 느껴며

독립할 날을 내심 기다린 거 같은데

아이가 올해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본인이 원하던 학교고 저 역시 고대하던 자유로움인데

어머나~ 이게 웬일,,,

그동안 잘 해오던 취미생활도 손에 안잡히고

미뤄뒀던 약속은 줄줄이 잡히는데 나가기도 싫고 

그냥 허공에 붕~ 뜬 느낌으로 한달이 흐르네요

이게 소위 말하는 빈 둥지 증후군,,이란 걸까요

남들이 걱정할 때 속으로 의아했거든요

뭐가 허전하다는 건지,,훌훌 털고 자유로움 만끽하면 될 것을,,

이랬는데 글쎄~

제가 이럴 줄은 진정 난 몰랐네~요

생각해보니,,

앞으로 대학 가면 직장 다니면

얼굴 볼 시간 밥 해 먹일 일이 더 없을 것이고

그러다 결혼해 버리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힘들다 지친다 하던 지금까지의 생활이 이제 끝났나 싶으니

더 허하고 심란한 이게 무슨 심리인지,,,

게다가 어제 밤에는 아이에게서

엄무아~~ 힘들어~~

라는 톡과 함께 폭풍눈물 쏟는 이모티콘이 날라왔어요

얼마나 짠하던지,,,

중학교와는 다른 고딩 생활을

그것도 일일이 케어 받다가 손수 다 하려니 힘들었나봐요

아이 약해질까봐 원래 그런거라며 다독였지만

속으론 당장 빼오고 싶었다는 ㅠ

남편과의 사이는 좋아요

저보다 아이를 더 애틋해하던 남편은

그 신경이 저한테 쏠리는지 옆에서 더 치근?대는데

오붓하고 좋을 줄 알았구만 아이고~

다 귀찮네요

퇴근 이른 것도 짜증나고 ㅋ

팔자 편해 그렇다고들 하시겠지요

그렇다고 안해본 경제활동을 이 나이에 시작할 능력도 없거니와

딱히 필요성도 절실함도 없네요

외벌이로 아이교육 저희 노후 커버되고

보태야 하는 시가와는 달리 친정이 여유가 있어서

결혼 후 자리 잡을 때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고 유산도 있고

논다고 남편 눈치 볼 일은 없어서,,,

쓰다 보니 답이 없네요

아이들 장성하고 전업이신 분들

하루 생활이 어떠신가요

적응되면 좀 나아지려나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