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운동하러 다니다 친해진 언니들이 있어요.

그 모임에서 제가 거의 막내구요.

그 언니 아이들,다 SKY 다니거나 졸업했습니다.

저희 딸,고등학생인데 공부는 별로 안 합니다.

공부보다는 노는거 더 좋아해요.고등학생이다보니,공부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없진 않은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는 것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네요.

컴퓨터랑 친하고요.친구랑 영화 보는거 좋아하고,중간 기말시험 끝나는 날엔 친구들이랑 오락실(?) 가는거 좋아하고요.

엄마 말꼬리 잘 잡고요.방 잘 어지르고 안 치우구요.

예민한거나 까다롭지는 않고,털털한 편이예요.

아이나 저나 말이 많지도 않고 애교도 없지만,

성격에 비해선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하고,서로의 관심사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생활적으로 챙겨주는건 정말 누가뭐라 해도 똑부러지게 챙겨줍니다.

그래도 살다보면 아이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또 혼낼 일도 생기고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언니들한테 애 때문에 속상할 땐 하소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한 언니가 그러는거예요.

"자기 아이랑 사이 안 좋다며?"

전 아이랑 제가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내가 아이랑 사이가 안 좋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언니는,무조건 이쁘다 이쁘다 하고 잘 한다 잘 한다 해주면 애들은 다 자기 일 알아서 하고 문제 일으키는거 없다구요.

저에게 애들 좀 이뻐해주고,애들한테 잘 해주라네요.

자신은 애들 키우면서 한번도 애들 혼내거나 매를 든 적도 없고,애들이 미운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다른 언니들도 마친가지구요.

졸지에 우리 아이는 자기 할 일 못 하고 문제 일으키는 아이 되고,

저는 애들 안 예뻐하고 못 해주는 엄마가 되었네요.

사실 저희 딸과 저의 관계가,저희 친정 엄마랑 저의 관계랑 비슷하거든요.

솔직히 친정 엄마랑은 성격도 안 맞고 해서 결혼전까지 많이 부딪쳤었는데

결혼하면서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엄마는 지방에 살고,전 서울 살아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이틀에 한번은 전화해서 엄마랑 한참 떠들어요.

일상적인 수다는 물론,때론 살아가는데 있어 지혜도 알려주시고,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상의하면 엄마가 조언도 해주고 그래요.

엄마가 제 세대도 많이 이해하시는 편이라 고루하지 않으시고요.

그리고,좋은거 있으면 제가 엄마 사서 부쳐드리고 그래요.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 통화를 해선지 오랜만에 만나고 꼭 어제 본 것 같고 그래요.

전 지금 엄마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저희 아이들도 지금은 그렇지만,언젠가는 저와 제 친정엄마 사이 같아질거다 생각하구요.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꼭 정답은 없다 생각해요.

무뚝뚝하고 별 표현없지만,때로는 서로 싫은 소리도 하게 되지만,

마음을 전하는 뭔가가 둘 사이에 흐를 수도 있고,

애교도 많이 부리고 사랑을 겉으로 한껏 표현해가면서 지내는 관계도 있을테고요.

애들 키우다보면 지지고 볶고 하지만,그 속에 사랑이 있을 수도 있고...흔히 그렇게들 사시지 않나요?

저만 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