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있는 도서관이고 이 근방도시에선 가장 크고 시설도 훌륭합니다

제가 백수생활이 오래고 직업을 구해야 해서 자격증 딸려고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저번주 토요일날 집앞 도서관에 가는데 한 여자가 가방메고 제 앞을 지나더니 도서관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가네요

근데 그 얼굴이 낯설지가 않고 처음 봤을때 딱 알아봤어요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는 얼굴이거든요

저 고등학교때 3년내내 저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고 왕따시키고 돈띁어내고 졸업후엔 저 대학다니는 곳까지 쫓아와서

재워달라고 차비달라고 하던 애였어요

저는 바보같이 그애 하자는 대로 질질 끌려다니면서 3년내내 그애 꼬봉노릇했구요

졸업하고 좀 벗어나나 했는데 저희집에 전화해서 저 사는곳 알아내서 거기까지 찿아왔더군요

절교하자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제 말은 무시하고 거머리처럼 연락하고 따라다녔어요

지금도 그애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려요

제가 그때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저를 타깃으로 삼아 그랬었던건 같은데 그애땜에 제 학창시절은 지옥이었고

평생 잊을수 없는 원수같은 인간이 있다면 그애이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후 20년 지나서 지금 40대 중반인데 지금 마주쳤네요

그것도 우리집앞 도서관에서요

차림새를 보아하니 그애도 뭔 공부한다고 반바지에 슬리퍼신고 추레하게 왔다갔다 하던데

얼굴이 중년이되서 마귀할멈처럼 흉칙하게 변했더군요

제얼굴도 늙었으니 뭐 할말은 없지만 그애를 보니 온몸에 소름에 쫙 끼치고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거예요

시집가고 애도 있고 할텐데 어떻게 이 도서관까지 왔는지

공무원준비한다고 그러고 다니는것 같은데

저는 그 도서관은 이제 못가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애랑 지척에서 서로 얼굴보며 공부는 못할것 같아요

저는 어디에서 공부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