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이 나네요.

중매로 만나긴 해도 나름 오래 연애도 했었고, 학교다닐때 공부잘했다더라 해서 그래도 머리는 나보다 좋겠거니 생각한적도 있었는데,

20년 가까이 같이 살다보니 그거 다 아무 소용 없더이다.

속 터지고 답답한 적 무수히 많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한 예로 들자면,

사정상 작년부터 타 지역에 와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아랫집에 화장실 천장이 물이 샌다하여 주인한테 연락해서 사정 이야기 하고 주인 동의하여 화장실 공사를 기분좋게 하기로 했어요. 남의 집 세 사시는 분들 잘 아시겠지만 이런일로 집주인이나 아랫집사람하고 자주 얼굴 보는것도 가급적 줄이고 싶은 마음인데 남편이 아까 아랫집에 내려가서 언제언제 화장실 공사하기루 했다 집주인하고 다 얘기가 되었다 하니

아랫집 사람이 도배는 어떻게 할거냐고 따지드랍니다.

저같으면 그 부분은 잘 모르겠으니 저희집 집주인하고 직접 연락하셔서 상의해보시라 하고 올라와 버릴텐데 남편은 그걸 또 중간에서

전달해주는 역활을 하고 있지 뭡니까.  그래봐야 좋은 일도 아닌걸로 집주인이나 아랫집사람 하고 서로 옥신각신 하는 꼴을 겪을 거고  화장실 바닥 공사해주는 걸로 결론이 났으면 그만이지 우리가 굳이 중간에 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남편은 사회생활도 꽤 오래했고 나이도 저보다도 많은 사람이 그런 머리는 안돌아가나 봅니다.

왜 중간에서 바보같이 그러고 있는지 집주인하고 연락하시라고 말해버리고 자긴 빠지면 될것을......

답답하네요.

결혼생활 내내 살면서 이런 비슷한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집을 사고 팔때도 그렇고, 집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꼭 제가 나서서 처리해야 결론이 나는 현상이란............

아까도 저녁먹고 앉혀놓고 부드럽게 잘 타일렀습니다.

아랫집에서 자기한테 도배건으로 또 물어보면 그건 저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닌것 같으니 주인끼리 잘 타협을 보시라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뜨라구여.

남편 수준이 딱 갓 입학한 대학교 1학년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