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오름] 가족과 함께하는 육아포탈 ▒▒▒▒

세린엄마의 영어 그림책 이야기

아이한테 영어를 접하게 해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죠. 책, 노래, 비디오, CD 타이틀, 인터넷, 학습지, 학원, 영어교재 등...

이 중에서 연령에 상관없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꼽으라면 책 읽기와 노래 부르기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 영어교육의 한 방법으로 영어 동화책 읽기가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꼭 영어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책에 흥미를 붙여 주는 방법으로도 효과가 있다 싶어요. 정말 다양한 내용과 기법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거든요. 책을 통해서 지적인 성장도 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으니까 낱말카드를 통한 우리말과 영어의 단순한 대응학습보다 훨씬 다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여기 저기서 영어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영어전문서점에 처음 가보신 분들은 흔히 엄청난 양의 책과 엄마들의 높은 관심에 깜짝 놀라고 또 기가 죽기도 하죠. 도대체 뭘 사야 할지 막막해서 이것저것 둘러만 보다 왔다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니까 점점 안목이 느는 것 같아요~ (누군 날 때부터 알았겠어요? 관심 갖는 만큼 보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어 그림책 고르는 방법을 좀 소개해 볼까 해요.

영어 그림책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영어 그림책도 우리 그림책을 고를 때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돼요. 단, 영어가 나온다는 이유로 몇 가지 더 신경써야 할 게 있어요.

아이의 주의 집중시간을 감안해 책 내용이 너무 길지는 않은지 고려해 보세요.
	세린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는 오히려 좀 긴 내용도 읽어 줄 수 있었는데 혼자 들춰보고,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는 등 운동력이 생길 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내용이 길면 한 장도 제대로 읽어 줄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제대로 읽어 줘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몇 장만 듣고 아이가 휙 가 버리거나 딴정을 부리기 시작하면 엄마로서는 참 찝찝하더라구요~ 아이들의 주의 집중시간은 단 몇 초밖에 되지 않는데요. 거기다 활동적인 아이는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있지 않으니까 책 읽어 주기가 더 힘들죠. 결국 아이 성향을 감안해서 엄마가 적당한 책을 골라 주거나 기존의 책을 알맞게 각색해서 들려 줘야 하더군요.
	제본이나 내용이 아이의 연령에 적절한지 생각해 보세요.
	돌 전의 한창 물고 뜯는 아이한테 paperback은 쥐약이죠! 이런 아이들한테는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paperback보다는 튼튼한 boardbook이 제격이에요. 그래서 대부분 아기용 짧은 이야기는 boardbook으로 사이즈도 좀 작게 나와 있죠. 또, 손놀림이 아직 어눌한 아이한테 pop-up book 등은 좀 무리일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라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수도 있죠. (그 결과 저희 집에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책이 몇 권 있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여러 가지를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내용에 별로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말을 배우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물이나 동물 등이 등장하는 책이 좋더라구요. 느낌이 쉽게 오지 않는 형용사나 추상적인 내용으로 된 책은 아무래도 조금 큰 아이들한테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가 관심을 나타내는 주제가 들어간 책을 고르세요.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한테는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물이 많이 나오는 책이 좋아요. 사물 그림책 (word book)이나 그림사전 (picture dictionary)도 하나쯤 있으면 좋구요. 우리말을 이미 깨우친 연령의 아이들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 (예를 들면, 동물, 자동차, 기차 등...)로 된 책이 아이 흥미를 끄는데 도움이 돼요. 역시 사물 그림책이나 그림사전이 하나쯤 있으면 좋은데 연령이 높을 수록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그림사전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읽어줄 엄마한테도 재미있는 책을 고르세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봤을 때 썩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는 게 좋아요. 좋고 싫음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연령이 아닌 경우는 사실 모든 선택권이 엄마한테 있다 보니까 엄마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사게 되고, 또 그런 책을 아무래도 더 잘 보여 주게 되더라구요.
	엄마가 활용하기 쉬운 책을 고르세요.
	내용을 줄이거나 늘여서 얘기해 줄 수 있고, 책 내용 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조금만 노력하면 영어로도 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엄마가 봤을 때 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고 활용하기에도 어렵지 않겠다 싶은 걸 고르는 게 좋아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나 글이 너무 많은 책은 엄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져서 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한 장에 한두 문장정도로 된 거나 같은 문구가 계속 반복되는 게 읽어 주기도 쉽고 활용하기도 쉬워서 좋아요.
	그림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그림만으로도 내용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책을 고르세요.
	그림만으로도 내용 이해가 가능한 책이 좋아요. 어린 아이들한테는 단순하고 원색으로 된 명확한 그림이 좋다고 하더군요. 컴퓨터로 그린 현란하고 메마른 그림보다는 역시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에 더 눈이 가더군요.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재미있는 놀이책이 많이 나와 있는데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냥 재미로 털이나 인형 등을 달아 놓은 책보다는 여러 효과가 책 내용과 적절히 연관되어 있는 책이 좋아요.

교과서처럼 꼭 봐야 하는 책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도서에만 너무 집착하실 필요는 없어요.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오니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죠.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반드시 좋아하란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어떤 책이건 활용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물론 소위 말하는 '좋은 책'이 있긴 하죠. 그러니까 평소 책을 보는 안목을 키워 두시면 좋아요.

아무리 좋은 책을 구입했다 해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면 그만이겠죠? 제가 그동안 세린이한테 책을 읽어 주면서 터득한(?) 책 재미있게 읽어 주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요~

영어 그림책은 어떻게 읽어 줘야 하나요?

	그림을 잘 활용해 보세요.
	그림을 쭉 훑어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거나 각 장에 나오는 사물을 가지고 간단한 대화를 해 보는 것도 좋아요. (eg. Who's this? Yes, she's Spot's mommy...) 우리말을 다 깨우친 아이들의 경우 처음부터 잘 모르는 영어를 읽어 주면 재미없어 하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는 먼저 그림을 보면서 우리말로 아이랑 같이 이야기를 해 보는 게 좋아요. 그 다음 본문을 읽어 줄 때도 필요하다면 그림을 이용해 이해에 도움이 되는 힌트가 될 만한 이야기를 우리말로 해 주시는 것도 괜찮아요.
	우리말 해석은 NO!
	아이가 영어로만 읽어 주면 이해를 못 할까봐 우리말 해석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이가 우리말을 잘 못했을 때 우리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 주셨었나요??? 영어책도 마찬가지라서 그림만 봐도 대충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우리말로 해석해 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아이가 답답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하면 1:1 해석이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그림을 가지고 내용 이해에 필요한 힌트를 우리말로 주는 정도로만 하시면 돼요. (eg. 밥 먹을 시간인데 스팟이 안 보이네. Where's Spot? 우리 같이 스팟을 찾아볼까?) 아직 우리말을 못 깨우친 연령의 아이들한테는 간단한 설명도 그냥 영어로 해 주시면 영어는 영어로 생각하면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죠. 영어를 우리말로 풀어 줘야만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 엄마들이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언어 센스를 믿어 보시라니까요~~
	동작을 곁들이고 감정을 넣어서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큰 아이일 수록 영어 그림책보다 우리 그림책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모국어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엄마들이 우리 그림책만큼 영어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지 못하는 탓도 큰 것 같아요. 물론 재미있게 읽어 주지 못하는 건 여러 가지 자잘한 얘기를 영어로 하기가 어렵고 가끔은 내용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죠. 재미있게 읽어 주려면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고 거의 외울 정도가 되어야 가능해요.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많이 읽어 주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답니다~) 굳이 말로 표현해 주지 않아도 이해가 가능하게끔 동작이 필요한 경우는 동작도 곁들여 주는 게 좋죠. 그리고, 책마다 하나쯤 아이가 좋아할 만한 특징적인 걸 만들어 주는 것도 좋아요. 세린이는 The Big Hungry Bear책하면 Boom! Boom! 소리랑 딸기 먹는 걸 기억하고 있어서 제가 "Where's the Boom-Boom book?"하면 쪼르르 가서 책을 꺼내 온답니다~

	가능하다면 집안에 있는 도구도 활용해 보세요.
	모든 책마다 소도구를 만들어 활용하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혹시라도 집안에 있는 것 중에서 활용할 만한 게 있으면 활용해 보세요. 세린이가 hand puppets (손인형)을 좋아해서 집에 꽤 여러 개가 있거든요. 가끔은 puppet을 손에 끼고 이야기해 주기도 해요. 그럼, 세린이는 그냥 엄마가 읽어 주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하죠. 사실 저는 솜씨가 없는 편이라 소도구 제작은 꿈도 못 꾸고 있지만 주변에 솜씨있는 분들이 참 많더라구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좀 나눠 주세요~~!)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여러 가지는 아마 새로운 얘기는 아니실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해서 제가 그렇게 잘 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다만 늘 이런 내용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랍니다~ *^.^*

다음 번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림책 읽기를 해 보려고 해요. 혹시라도 참고가 되실까 해서 소개할 책을 연재 순서대로 알려 드릴께요. (제 변덕(?)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참고만 하세요~)

2회 :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by Eric Carle, Bill Martin Jr.)
3회 : Where's Spot? (by Eric Hill)
4회 : The Big Hungry Bear (by Don & Audrey Wood)
5회 : Wee Sing for Baby 중 2곡 정도 소개
6회 : Goodnight Moon (by Margaret Wise Brown, Clement Hurd)
7회 : Touch & Feel : Wild Animals (Dorling Kindersely)
8회 : I Spy Little Book (by Jean Marzollo, Walter Wick)
9회 : Wee Sing for Baby나 Children's Songs and Fingerplays 중 2곡 정도 소개
10회 : My First Word (Board) Book 등의 사물그림책...

어린 아이부터 큰 아이들까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책, 놀이책, 조금 큰 아이들을 위한 책, 그리고 노래 순으로 돌아가면서 소개할 예정이에요. 게시판을 통해서 다양한 활용예와 소개한 책과 관련한 경험담 등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 번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