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오름] 가족과 함께하는 육아포탈 ▒▒▒▒

표지 그림을 보면 한 흑인 소녀가 잠옷을 입고 잘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근데 방 분위기가 좀 친숙하다 싶지 않으세요?

Goodnight Moon에도 녹색 벽지에 빨간 바닥의 방이 나왔는데 이 방 역시 녹색 벽지에 빨간 바닥이네요!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아님 침실에 이런 색을 사용한다는 전통이라도 있는 건지...? (예를 들면 밤의 악령을 쫓기 위해 녹색과 빨간색으로 장식을 한다든지~) 한 번 연구해 봄직하죠?

Goodnight Moon에 나오는 색이 좀 튀는 초록과 빨간색이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방은 좀 더 차분한 색조예요. 초록 벽지에 빨간 꽃 무늬도 있구요.

Molly Bang 그림의 특징 중 하나는 보색(complementary color)에 해당하는 색으로 그림의 테두리를 잘 그린다는 거예요. 얼핏 생각하기에 보색으로 테두리를 그리면 촌스러울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려요. "When Sophie Gets Angry" 책을 보면 이 테두리가 그림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그림책의 그림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게 느껴지시나요? 단순히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된 보조 자료가 아니라는 것, 어떤 경우는 글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게 그림이라는 것을... 그래서 좋은 그림책을 고르고 또 골라서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싶어요.

이제는 책 내용을 한 번 살펴 볼까요?

잘 준비를 다 한 딸을 아버지가 안락 의자에 앉아 부르네요. 딸을 무릎에 앉히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를 시작합니다...


	Come here, Darling! 얘야, 이리 오렴. Are you ready to go to bed? 잘 준비는 다 했니? Are YOU ready to sleep, Celine? 세린이도 잘 준비 다 했니? OK. Now sit on my lap. 그래, 그럼 내 무릎에 앉으렴. You, too, Celine. Come here. 세린이도 이리 와 엄마 무릎에 앉아.

위의 문장은 글없이 그림만 있는 처음 두 장을 보면서 세린이와 제가 나누는 대화예요. 자기 전에 읽어 주는 거라면 잘 준비를 다 하고 책에서와 같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읽어 주면 좋고, 낮에 읽어 주는 거라면 자는 얘기는 빼고, 가까이 오게 해서 무릎에 앉히고 읽어 주면 될 것 같아요.

10 small toes all washed and warm
깨끗하고 따뜻한 발가락이 열

9 soft friends in a quiet room
조용한 방에 놓인 폭신폭신한 인형 친구들이 아홉


까맣고 작은 발이 앙징맞죠? 세린이는 이걸 읽을 때마다 발 그림에 자기 두 발을 대 보고 아주 재미있어 해요. (아이들 발은 어쩜 그렇게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이쁘고 귀여운지~ ^^) 그러면 그림 대신 세린이 발가락을 하나씩 꼬물 꼬물 만져 주면서 열을 세죠. 오른쪽 그림에서 'nine soft friends'를 한 번 찾아 보실래요? A big black rag doll, a small rag doll, a black cat, a penguin, a snake, a gorilla, a yellow bird, a white fuzzy bear... 그 다음 마지막 하나는 뭘까요?

금방 찾으셨어요? 전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one, two... 세다 보니까 마지막 하나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Bugle (나팔)은 soft하지 않으니까 아닌 것 같은데 싶었죠. 위 그림은 작아서 알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마지막 하나는 바로 big black rag doll 위에 놓여 있는 작은 헝겊 생쥐더군요. 우리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모두 인형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달라서 사람 인형은 doll, 동물 봉제인형은 stuffed animal이라고 해요. (사실 인형이라는 게 '사람의 형상'이란 뜻이잖아요?) 근데 인형도 헝겊으로 만든 인형일 경우는 rag doll이라고 부르죠.

	4 sleepy eyes which open and close 졸려서 껌뻑껌뻑하는 눈이 넷 3 loving kisses on cheeks and nose 뺨과 코에 사랑스런 뽀뽀 셋 2 strong arms around a fuzzy bear's head 곰인형 머리를 감싸고 있는 힘센 팔이 둘 1 big girl all ready for bed 잘 준비를 다 한 아가씨가 하나

졸리면 눈을 비비고, 자꾸 껌뻑껌뻑하게 되죠?
여자 아이가 손을 입에 대고 하품하는 그림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선 똑같이 손을 입에 대고 "Aaaah~"하고 하품을 해 보여요. 입에 손을 대고 인디언처럼 '아아아~'하는 걸 좋아하니까 가끔은 그렇게 장난도 치죠.

뽀뽀하는 장면에선 두 뺨과 코에 뽀뽀도 해 주고, 그림처럼 아이 머리도 껴 안아 주면서 "I love you, Celine."하고 얘기해 주죠. 이제는 이 장면을 읽을 때면 자동으로 와서 안겨요~ ^^ (아들들도 이러려나요? 후후...)

이 쯤되면 부드럽게 잠자리에 드는 분위기가 돼요. (물론 책을 몇 권 읽어 준 다음 마무리로 이 책을 골랐을 경우~) 그러면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오늘 했던 일과 내일 할 일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나눈 후 꿈나라로 떠나죠~

끈적끈적해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아이랑 상쾌한 그림책 많이 읽으면서 피서하시길 바래요!
아이 눈 속에 파란 바다가 보이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