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6~7살쯤에 외할아버지댁에서 1년 정도 살았어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정말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신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할아버지는 제가 자식처럼 느껴지셨나봅니다.
저희집에 종종 오시곤 했는데 저희엄마 보러오신줄 알았는데.. 제가 크는 모습이 궁금해서 오신듯해요.
그때 할아버지 연세가 57세쯤이셨는데 중년 남자가 7살 잔병치레 많이하는 아이돌보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요?
그때를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화 한번 안내시고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셨어요.너무 좋은 기억만 있네요.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초등학교 입학할때쯤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은 아주 엉망이었어요.
아빠는 맨날 술먹고 공포분위기 조성, 엄마 때리고 집안 물건 다 깨부수고 식구들 밤새 잠못자게 하고 정말 최악이었네요.
저희 아빠는 술안마실때는 세상 착한 사람, 호인인척 행세하지만 술만 마시면(일부러 마심) 헐크처럼 돌변해서 엄청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그런집에서 살다보니 정서도 불안, 공부도 엉망이 되었죠. 사실 이건 저의 핑게일지도 모릅니다.
집안이 이러하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했는데 바닥을 치고 그래서 대학입시도 떨어졌어요.
그때쯤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대입 실패후 할아버지가 저희 집에 오셨고 차량으로 어디로 이동할때 마주 앉았는데 (할아버지가 엄마 고생시킨다고 속으로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실거같아) 할아버지를 외면했어요.
차 안에서 일부러 제가 눈한번 안마주쳤어요. 자격지심에 저혼자 오버 한거죠.
그후 할아버지는 저희집에 안오셨고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1년후 돌아가셨는데... 외로움 때문인거 같아요.
매일매일 할머니 산소에가서 우셨다고 합니다.
그때 제가 좀더 성숙한 인격이었다면 할아버지 위로해드리고 저는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힘이 됐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그 후에도 저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재수 하느라 제살기 바빠 할아버지는 아예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문득 드라마를 보다 옛날 생각이 나고 할아버지가 그때 나로인해 더 맘의 상처를 받으시고 그리 되신거 같아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할아버지 마지막 모습만 생각하면 눈물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이제는 은혜를 갚을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할아버지 산소에 가서 할아버지께 사죄하면 그나마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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