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남편 같은 사람 또 있을지요?
문이란 문은 닫는 법이 없어요. 옷장 문은 항상 30도 정도이 각도로 열려 있고 서랍에서 뭘 꺼내고 나면 제대로 닫는 법이 없습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면 물통 두껑을 안 닫아요.
20년 결혼생활 동안 저 습관 때문에 사람 미치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원래 저래 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돌아서서 또 그런 장면을 보는 순간 또 화딱지가 막 나요.
문 뿐만 아닙니다. 뭐든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갖다놓는 법이 없어요. 손톱깎이를 쓰면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어젠 신문지를 펴고 거기에 손톱을 깎고는 그대로 접어서 둔 겁니다. 저는 그걸 들고 일어서다가 바닥에 손톱이 다 떨어지고요. 심지어는 식탁에서 손톱을 깎으려고 해서 제가 막 난리를 친 적이 있어요.
소파에서 과자 뜯어서 먹고 나면 그 봉지가 휴지통에 버려진 적이 한 번도 없고요. 지금까지 같이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이부자리 정돈하는 꼴을 못 봤어요. 늘 남편이 저보다 늦게 일어나거든요. 더군다나 지금은 코골이 때문에 따로 자고요.
그리고 벽에서 뭔가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거기에다 옷을 겁니다. 방문 손잡이라든가 책장에 책 중에 큰 것이 좀 삐죽 튀어나와 있으면 거기도 옷을 걸어요. 방에 주렁주렁 진짜 보기 싫어 죽겠네요. 외출해서 돌아오면 옷 걸 수 있는 행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래요.
이런 거 좀 하지 마라 저렇게 해라 하고 가르쳐 주면 뭐 어때서? 늘 이럽니다. 안 치워주고 놔두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백 년이 가도 본인은 아무 불편을 못 느껴요. 희한하죠.
쓰다보니 또 짜증이 좀 나네요. 제가 그리 막 깔끔떨고 사는 편도 아닌데 너무 생활에 질서가 없고 원칙도 없는 남편을 보면 솔직히 시어머니 원망도 되고 그래요. 아님 뇌에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난 남편 때문에 돌겠는데 자긴 또 제가 너무 까탈스럽다고 너 같은 여자 없다고 하네요.
저희 남편 같은 사람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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