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딸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어요.
어려서는 영리하고 착한 아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학교에 적응 못 하면서
우울증이 깊어졌어요.
아이는 밖에선 누가 뭐라고하면 그 자리에선 말대꾸 한마디도 못 하면서
집에 와서 씩씩대면서 상황을 얘기합니다.
의사쌤 말로는 아이 우울증이 오래되어 시간이 좀 걸릴거라 합니다.
그래서,식구들이 얘한테 조심하는 편이고,
아이를 이해해주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약을 먹고 있는 동안엔
큰 일 없고 자기 기분 좋을 땐 엄마한테 어리광 떨며 애교도 부리고 그래요.
아이에게 못마땅한 면이 있어도
나무라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타이르는 편입니다.
그러면 고개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그렇게 말한 후 한 두번은 제가 말하는 것을 지키는 듯 하다가 자기 기분 안 좋거나 하면 또 제자립니다.
가끔 가다 이건 정말 아니다,아니라고 말해줘야겠다 싶어 좀 강한 어조로 얘기하면,
아이가 화를 냅니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그런 식으로 대하면
엄마도 그 인간이랑 똑같은 인간이다,이런 식으로 얘기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제가 좀 더 강력히 얘기하면,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엄마를 천하의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상처를 줍니다.
아이 신경정신과에 처음 몇 번 따라 가고,
그 뒤는 가끔 한번씩 따라 가는데,
대부분은 아이 혼자 가요.
오늘은 제가 의사쌤에게 할 말도 있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거든요.
제가 바깥에 다른 볼 일이 있어서
병원에서 아이랑 진료 시간에 만나기로 했어요.
사실은 제가 어젯밤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몹시 피곤했는데,볼 일 있어 나왔다가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 근처로 가게 됐어요.
제가 볼 일이 일찍 끝나 시간이 많이 남아서
병원 근처 까페에서 차를 마시다
아이가 준비하고 나올 시간이 되어 전화를 했더니,
그때 까지 자고 있다가 졸리다고 안 가겠다는거에요.
애가 밤낮이 바뀌어 새벽까지 깨어있고 아침에 자서 저녁에 일어나는 편인데
(학교는 휴학하구요),
어제 제가 데리고나가 같이 산책하고 밥 사먹이고 까페까지 가면서
내일은 꼭 일어나자,약속했거든요.
일부러 시간도 오후 늦게 잡았구요.
제 일정이 진료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끝날걸 알았지만,최대한 아이를 배려해 제가 밖에서 기다리더라도 그렇게 예약했어요.
이것도 애가 계속 생활 패턴이 이래서
병원 갈거 몇 번을 못 가서 몇 번 미루고 미뤄서 가는건데요(약은 이미 떨어졌구요).
제가 약 그렇게 먹다 안 먹다하면 효과 없어
오늘은 가서 약도 지어오고 해야지 했더니,
엄마 지금 나 협박하는거야? 이러고 대드네요.
암튼 전화를 끊었는데,
내가 이거 크게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아이를 이해 못 하는걸까요?
지금까지 우울증이라고 제가 웬만한건 참고 넘어가고 타이르듯 얘기했다 생각하는데,강하게 얘기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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