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혼자 서울서 대학 나와 대기업 다닌 개룡남입니다.

부모형제 모두 못살고 못 배운 데다 하나같이 동네에서 손가락질받았더군요.

그나마 형수는 국민학교만 나왔지만 열심히 사는 살림꾼이라

저까지 결혼해 베풀며 노력하니 집안 분위기가 나아졌지요.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자기만 서울서 대학 나와 마음의 빚이 있다며

유산(?)은 형과 동생 다 줄 거라고 선언하더라고요.

(돈도 안내고 친척집에 얹혀살며 장학금 받아 학교 다닌건데...)

어차피 형제들이 가까이 살며 부모님 챙기니 그러려니 했지요.

늘 우리만 돈 써도 형편이 나으니 당연하다 생각하고.

근데 우리 결혼식 때

제가 예단을 하면서 패물은 안 받고

전세금, 결혼식, 신혼여행 온전히 우리 둘이 모은 돈으로 냈거든요.

근데 부조금을 말없이 시집이 다 가져갔는데

최근에 알고 보니 백수였던 형 가게 내는 데 썼더라고요.

(평소 친척 경조사도 남편 혼자 다니며 냈어요.

몇 년 전에 형수가 그러더군요.

애들 컸으니 이제 우리도 잔치 다녀야겠다고...

그리곤 돈 아깝게 직장 동료 잔치에 왜 부조금을 내냐고.)

아버님 장례 때 남편이 잘 나갈 때라 우리쪽 부조금이 엄청났어요.

근데 어머님이 나중에 묘지 꾸미겠다며 다 가져가셨어요.

8년 지나 선산 정리하고 화장하는데 형이 비용을 내라고 전화했어요.

남편이 부조금 있지 않냐니까 그게 지금 어디 있냐고 버럭 소리 지르는 게 들렸어요.

이튿날 산소 갔더니 형수가 절 따로 부르더라고요.

삼촌이 부조금 물었다며? 하더니

그 돈이랑 자기 퇴직금 합쳐서 자기 명의로 땅 샀다고,

사실 부조금 대부분이 삼촌네 거지만, 식구끼리 그런 거 따지는 거 아니지 않냐고...

(그전에 막내동서가 큰형님이 어머님 꼬드겨 돈 다 빼돌린다고 울고불고할 때

어머님이랑 형수가 제게 전화해 막내동서 나쁜 년으로 몰았어요.

전 오해가 있는 거라고 막내동서 달랬고.)

산소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그 집 식구들한테 다른 일로도 배신감을 느껴

심한 우울증으로 한 3년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명절 때 보고 오면 1달을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남편은 실직 중이라 상처 받을까봐 혼자 끙끙 앓았죠.

변변한 직장 없이 전전하며 마이너스 통장 쓴다던 형님네는

갑자기 작은 건물 사서 세 받으며 애들 집 사주고 차 사주고 쇼핑 재미에 살더라고요.

거기다 돈이 생기니 제가 우스워 보였는지

저한테 늘 조심스럽던 사람이 갑자기 뜬금없는 각종 갑질까지 하더라고요.

공손하고 상냥하던 제가 싸늘해지니까 다시 조심 모드~

어머님은 오래전에 가져간 우리 남편 퇴직금으로 산 집이랑

어머님 사시던 집을 우리 몰래 막내네 줬대요.

얘기를 맞춰보니 세 여자가 피 터지게 싸우다 딜을 한 것 같아요.

우리는 쏙 빼고 우리 돈으로 나눠 먹기 한 거죠.

시집 쪽이랑 얽혀 계획했던 주식이나 서울 아파트도 못 산 일이 있어

요즘 같은 때 속상하지만

남편이 4년 실직 끝에 다시 직장을 구해 위안 삼고 있었어요.

근데 어머님이 쓰러지셔서 요양병원 들어가시고 남편 형은 알콜중독성 장애에 걸렸대요.

예전엔 형수랑 제가 모든 일을 상의해서 했는데

제가 그 집 상대하기 싫어하니

첨엔 저한테 서운해하고 화내던 남편이

이젠 자기 혼자 알아서 다 하고 저한테는 간단한 근황만 전해주네요.

(저도 친정 제사, 명절 방문 혼자 하고 있습니다.)

시댁에 아낌없이 베풀던 제가 갑자기 냉담해진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하려는 것 같은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눈치긴 해요.

양가 일은 코로나 핑계로 그렇게 됐지만 남편은 절 엄청나게 위하고 의지합니다.

솔직히 전... 만사 귀찮아서 대충 받아주며 잘 지내고 있어요...

우리만 아무것도 못 받았지만 남편 성격에 병원비를 내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근데 얼마 전 남편 핸드폰을 빌려 쓰다 보니

두 동서랑 남편이 카톡방을 만들었고

형수가 어려운 때니 병원비 나눠 내자며 다달이 청구하고 있더라고요.

거기다 남편은 그 집 이사했다고 100만원, 형 환갑이라고 30만원,

막내 조카 중학교 들어갔다고 30만원, 형 병원 갈 때 밥 사먹으라고 10만원 보내고

조카한테 기프티콘까지 틈틈이 보냈더라고요.

(돌아온 건 조카의 케잌 기프티콘 달랑 하나~)

예전 같으면 이 집 식구들(남편 포함) 그런 거 챙길 줄 몰라 제가 다 했던 거죠.

돈이 아까운 것보다

늘 형편 낫다고 염치없이 받아먹기만하다

유산은 물론 우리 부조금까지 한마디 상의 없이 빼돌리고 자기들끼리 나눠 먹은 사람들이

병원비는 상의해서 1/n하자고 한 게 화가 나네요.

무엇보다 남편이 형수 고생 많다고 안쓰러워하고 고마워하며 엄청 친해진 게 너무 싫어요.

형수는 주변에 대학 나온 사람이 남편과 저뿐이라

사람 만날 때마다 자랑한다 했거든요.

막내네 부부는 창피해하고 귀찮아하는 데다

자기 남편도 무능한데 아프기까지 하니

돈 되고 힘 되고 집안 내 유일하게 자상하니 찰싹 달라붙는 느낌.

딸 중매도 서달라고 부탁하고...

특히, 남편은 우리 애가 고등학교 이후 그 집 식구들한텐 냉담해지니

정이 없고 인성에 문제 있다고 자꾸 불만을 토로해요.

문제아인 부모형제들은 물론

이기적이고 경우 없는 조카들은 불평없이 이쁘게 보면서...

(결혼식 때 2백만원 줬는데 유럽 갔다 오면서 초코렛 한봉지 안 사오고

제가 암수술하고 남편이 교통사고 났는데도 안부 한번 안 묻고

대입 때문에 우리집 와서 자면서 동생 있는데 혼자 과자 사서 먹는 애들...)

우리 앤 명절 때 용돈 모아 어른들 선물하고

다른 조카들 뒹굴거릴 때 혼자 집안일 도우며 잘 하는데

그 집 식구들 행동에 실망하고 제 변화에 눈치채서 정이 떨어진 듯.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해서 맘 상하지 않게 하려고 혼자 참았는데

재취업되고 나니 어머님 쓰러지시고 형까지 장애가 생겼네요.

자기 식구들에 대한 환상을 굳이 깨줘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 집 식구들이 저를 빼돌린 채

남편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며 의지하고 이용하는 걸 보니 저도 지옥이에요.

제가 형과 형수 만행을 남편에게 얘기한다 해도

인연을 끊지는 않을 것이고 계속 도움을 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형수를 순수하고 후덕한 집안의 기둥으로 감지덕지 떠받들며

서로 의지하고 마음에 거리낌 없이 친해지는 건 막고 싶네요.

얼마 전 신세 진 집에 떡을 보내려고 주문하고 있는데

형수가 요즘 고생 많다고 거기도 보내라고 하길래 대꾸도 하지 않았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태도가 바뀌진 않겠지만

그 집 식구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잘못을 했고

제가 자살을 결심할 만큼 우울했다는 얘기하면

마음에 의심의 씨앗이 심어지며 조금씩 현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물심양면 은혜를 많이 베푼 동생네 (돌이켜보니 정말 많이 해줬어요...)

그렇게 뒤통수 때려 상처를 주고

좋은 사람인양 하며 또 받아먹는 거 더 못 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