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못 사는 나쁜 병이라 해서 몇 달만 고생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한 시어머니 간병.
몇 달 집에서 모시다가 악화돼서 입원하시게 되면 간병인을 쓰지...이랬던 것이 지금 그 몇 달을 벌써 넘기고 치료결과가 넘 좋았던 건지 오히려 처음 모셨을 때보다 상태가 더 좋아지셨어요. 인터넷으로 사례를 뒤져 보니 이렇게 8년 이상 사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고.
근데 저 정말 간병에 너무 지쳤거든요. 일단 매일 국 챙겨서 삼시세끼부터 너무너무너무 스트레스예요. 안 그러실 줄 알았는데 은근 또 까다로우신 것이 반찬도 같은거 세 번 연속 상에 올라가면 수저도 안 대세요.
병원 모시고 가는 날도 시어머니보다 제가 진이 다 빠지고요 제가 자궁근종이 있는데 이번 생리 때는 그냥 숨만 쉬어도 하혈이 울컥울컥 나오는데 이런 와중에 시어머니 모시고 운전해서 다니려니 얼마나 힘든지요.
제일 짜증나고 우울한게 뭔지 아세요? 이렇게 저 혼자서 오롯이 수고 다 하고 있는데(뭐 다들 사정이 그렇다 쳐요) 정작 자식들은 아무도 제 수고를 모르고 고마운 줄도 몰라요. 좀 있으면 일 년 다 돼 가는데 누구 하나로부터도 인사 하나 들어보질 못 했네요. 무보수 간병인 정말 잘 부려먹네 싶고 이 생각만 하면 머리끝까지 홧병이 날 것 같아요.
남편한테 수시로 나 힘들다고 말하고 대책을 좀 세워보라고, 형제들하고 의논 좀 해보라고 채근을 하는데 알았다고만 하고 말을 전하긴 한 건지... 어제도 힘들다고 했더니 아예 답이 없네요. 남편 생각은 남들은 며느리가 해야 될 상황이면 그래도 참고 하는데 내가 엄살 떤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말할 때 뉘앙스 보면요. 어쩌겠냐 그럼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이래요.
저 이러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시어머니 돌아가시기를 고대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안 보면 모르더라구요. 눈에 안 보이면 수고를 하는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이런거 남들은 하나도 모르네요. 노인 간병 수발,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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