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아이가 수의대 진학하려고 한다는 글에 답글 보다가, 이공대쪽으로 보내라는 답글. 그리고 그 답글에 솔깃하는 원글님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대학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정해서 삼사십년을 그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적성에 안 맞는 일 시작하면 그 삼사십년이 괴로워지거든요. 결국 인생의 절반인데,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인기있는 과가 내 자녀가 퇴직할 때까지 계속 인기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요즘같이 변화가 많은 세상엔 더 그렇죠.
전 부모님이 치의대 가라고 그렇게 밀어부쳤지만, 남의 몸에 손대는 일은 절대 못하겠다고 우겨서 겨우 벗어났고, 문헌정보 공부해서 도서관 사서를 하거나 심리학과 공부해서 상담사 하고 싶었는데 그건 또 부모님이 절대 반대를 해서 그나마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경영 공부해서 회계사 하고 있어요. 별로 행복하지 않아요.
수학을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지만 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해서 아이 학교 졸업하고 돈 많이 들어가지 않게 되면 바로 그만두고 제가 하고 싶은 일 할거거든요. 죽기 전에 의미있는 일 해보고 싶어서요.
아이에게도 의사 변호사 권하지 않아요. 실은 아이는 변호사 하고 싶다고 하지만, 말리는 중입니다. 아이 성격을 보면 변호사가 맞지 않아보여서요. 완전 고지식하고 시키는 일은 차분하게 다 해내지만, 욕심도 없고 딱 시키는 일까지. 요령도 못 피우고, 지름길로 가지도 못하고요. 거짓말 하나도 못하고 기분 변화가 얼굴에 바로 드러나고.
저나 남편은 일류대 나왔지만, 제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돈에 관심이 많고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면 대학 학비를 밑천으로 일찌감치 장사를 시켜볼 생각도 있는데, 또 그쪽으로도 재주가 없어 보이네요. 대학이야 나중에 갈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아이의 특성을 잘 살펴보고 장단점을 파악해서 아이가 잘 할수 있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아이에게 맞는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어느 부모나 다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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