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업이에요.

예전에 맞벌이를 했었지만, 그건 아이가 없던 신혼시절이었고 집안일 전혀 안했습니다.

먼지가 굴러다녔고, 밥솥엔 밥이 없었어요.

냉장고도 텅텅비고 청소를 할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없었어요.

밤 늦은 퇴근길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 집에 가면 어서 쉬어야 겠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게 당연했으니까요.

남편과 저는 각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에서 해결하고

주말엔 저도 늦잠 자다가 느즈막히 일어나서 동네 문 여는 식당에 가서 아점 먹고요.

일이라는게 시간제 단순노무직이라면 모를까

퇴근시간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항상 격무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던 전문직이었어요.

늘 퇴근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쇼파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맥주 한 잔 하며 쉬다가 숙면하는게 일상이었네요.

내 몸하나 씻는일조차 귀찮고 버겁게 느껴질 정도인데 가사일은 어떻게 병행하나 엄두조차 안나더군요.

사람에 따라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그 걸 여러 곳에 분산하려다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해내기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5시나 6시에 칼퇴근 하는 공무원들은 좀 다른 얘기겠지만요.

동료중에는 도저히 가정과 일을 양분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시부모와 합가해서 사는 이도 있었어요.

가사와 육아를 온전하게 시모에게 의탁하고 주중엔 오로지 일에만 전념했는데

대신 휴일의 자유를 반납한거죠.

저는 도저히 그렇게는 못 살거 같아서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후에 아예 일을 그만뒀습니다.

내 주거공간과 애를 남의 손엔 절대 못 맡기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