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 욕 좀 할게요.
저놈의 버럭거리는 성질, 진짜 오늘 아침에도 살인충동 날 정도였네요.
밤 늦게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더니 아침에 못 일어나더라구요.
시간은 이미 지각은 했고 몇 번 흔들어 깨웠더니 나중에 짜증난다고 천정이 무너지도록 버러러러러러럭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하도 괴물같이 소리를 질러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했어요. 우와오아ㅏ우웨이어어우언ㄷㅇ~~~~~
미친 또라이도 아니고 나이나 적으면 북한 김정은이같이 뇌가 덜 익어서 그러려니 하지 오십 넘어 저러니 참 나 기가 찰 일이지요. 다 큰 자식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나.
그런데 이거 집안내력입니다. 시아버지도 그랬고, 시아버지 형제들 다 그래요.
시삼촌 한 분 말기암 걸려서 암병동 있는 동안에도 그 성질은 그대로 팔팔하게 살아서 숙모님이 버럭질 때문에 울면서 간병했어요. 옆에서 그거 보면서 나도 평온한 미래를 기약하기는 글렀구나 했지요.
밖에서도 저러면 사람들이 내 고충을 알아나 주지 밖에서는 어찌나 천사 코스프레인지 사람들마다 다 좋아한답니다. 진짜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성질 안 건드린다나? 아니 그럼 다른 사람들이 아침에 열 번을 깨울 일이 있나 슬슬 기면서 비위 맞출 일이 있나 자기한테 싫은 소릴 뭣하러 합니까?
오죽하면 시어머니가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요. 니가 시집을 잘못 왔다. 저 성질 잘 알아보고 왔어야 되는데... 시어머니 입에서 저런 소릴 들으니 웃기기도 하고 시어머니 양심은 있으시다 싶고 그렇더라구요. 시어머니가 계신데도 그 앞에서 저한테 버러러럴러러거 소릴 질러댔으니 시어머니도 시아버지한테 당하고 살아서인지 동병상련을 느끼신 걸까요?
비공식적이지만 졸혼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대요? 저도 졸혼하려구요. 나이도 들어가고 아이들도 다 컸고 하니 이래서 이혼보다 졸혼을 하는구나 싶네요. 시부모 돌아가시면 시댁 일에 신경 꺼도 누가 뭐라할 사람도 없는데 뭐하러 젊어서 실컷 맘고생하고 홀가분한 뒤늦은 때에 이혼을 하나 싶네요.
중매로 결혼했는데 딴에는 이리 고르고 저리 고르고 젤 낫다 싶어 결혼한 건데 남 앞에선 절대 성질 안 부리는 걸 그땐 몰랐죠. 똥을 밟아도 저런 폭탄똥을 밟았나 싶고 아휴...아침에 기분 너무 뭣 같아서 주절주절 늘어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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