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딸아이를 두고 있어요.

지옥같은 2년을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어요.

소리지르고 싸우고 뛰쳐 나가기도하고..

막말하고 집어던지고...

너무 너무 미웠어요.

못마땅한거 투성이고..

근데..한두달 전부터 조금씩 이해가 되는 면이 생기더라구요.

내가 너무 기준이 높았던거 아닐까..

예전에 시댁과 친정문제로 비싼돈주고 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평균이상으로 도덕지수가 높다고했는데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쳤겠지?

시댁 친정에 대한 불만을 직접 드러내진 못하고

만만한 아이에게만 쏟아 부었던 것 분명히 있었고요.

이제 아이는 커서...그런 부당함 못견디고 내게 퍼붓는거 아닐까..싶은거죠.

아이가 예민했고,

그래서  절 많이 힘들게 하긴 했지만,

그냥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뻐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싶기도하구요..

나름대로는 다 이유가 있었죠.

너 잘되라고..

부족한 부분 고치면 더 좋을 삶이 펼쳐질거라고..

그래서 다그치고..그랬던거죠.

한동안은 그냥 참자..하는 맘으로 참았기에

얼마 못가서 폭발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이의 막말이나 버릇없는 행동이 여전히 아프고 힘들고, 순간적으로 밉기도 하지만,

그 순간을 그냥 버티고 감수하는 게 예전만큼 힘들진 않네요.

그냥..댓가를 치루나보다..싶은 맘이 들기도하고,

아이가 학교가고나면..마음이 금새 누그러들고..미안한 맘 들구요.

아이가 내게 함부로 한 시간은 이제 2년 넘어가지만

난 아이에게 함부로 한 시간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얼마큼 아이의 쌓인 울분을 받아줘야

아이가 마음이 풀릴까..

이런 생각도 들구요.

엄마 생각이 나요.

내가 납득못했던..미웠던 엄마의 행동을

내가 내 딸에게 그대로 했던걸 요즘 부쩍 느끼면서

젊은 시절의 엄마가 밉기도합니다.

내가 아프면...짜증이 앞서는 엄마라서

그게 참 서럽고 싫었는데,

제가 큰애에게도 그리 대했어요.

보고 배운게 그래서인지,

아픈 모습보면...걱정과 동시에 짜증과 화가 나서

극진히 챙겨주면서도...입에선 온통 잔소리.

엄마가 의심이 많고,

제가 하는 일에 비아냥거리고, 믿지 않고 그러는 모습 많이 보였는데

제가 딸에게도...가끔 엄마에게 빙의 된 듯 그런 태도 보였던 생각도 나고..

내성적이라,

엄마와 외출하여 얌전하다는 소리라도 듣고오면...

집에 와서 방문닫고..

너 그게 칭찬인줄 알지? 사실 그거 다 너 욕하는거야!!

저 일곱살때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한데

저도 아이에게 그런 기억을 남기지 않았나 싶어요.

왜 큰애에겐 그랬을까요?

왜 유독 큰 아이에겐

친정엄마에게 빙의된듯,

친정엄마가 내게 대하듯 아이를 대했을까요?

그런게 욕하면서 따라한다는 거겠죠?

둘째에겐...내가 받고 싶은. 꿈꿧던 그런 엄마의 모습으로 대했네요.

지금 돌이켜보니..

많이 안아주고, 웃어주고 이뻐하고..

기특해하고..

커가면서 둘째는 자꾸 선순환이 되고

큰애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느낌..

둘의 간극은 점점 커져가고..

큰애가 둘째만 못하다는 것에 조바심느껴서

더 끌어준다는게 아이를 버겁게 한것도 있겠죠.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없이 해줬던거 같아요.

몸으로도 뒷바라지 열심히 했어요.

부족한거 없도록 열심히 가르쳐왔고요.

아이대신 제가 몸으로 때운것도 많죠..

그냥 내가 힘든게 낫다는 맘으로..

예전에는 그 맘이 더 크니까

내가 희생한 부분만 생각하니까

아이가 한없이 미웠던거 같아요.

내가 뭐라한건 어쩌다 한 번이고,

넌 내게 수시로 막말하고 함부로 대했다..는 데에만 힘들어했던거죠.

난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줬나..

내가 주고 싶은 사랑만 준 거 아닌가..

난 너무 강한 엄마는 아니었나..

모든 걸 내 뜻대로 끌고 가려는 엄마였구나..

사람이 한번에 바뀌기는 힘든건지

저도 아직 아이가 사랑스럽다거나 그렇진 않네요..

여전히 막말하고, 문쾅닫고, 동생 건드리고 그러면..

여전히 밉긴해요..

단지 오래가진 않더라는 것 뿐.

그 자리에서..제가 큰소리를 안낸다는 것 뿐.

아이속에 있는 울분들을..

건강하게 풀어냈음 좋겠어요.

나쁜 쪽으로 가지 않고...건강하게 풀어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성인이 되었음 좋겠어요.

너무 늦지 않았음 싶은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거죠.

아이가 내게 그러는건...내가 지금 이리 마음이 아픈건

내가 한 행동들이 있기 때문인거겠죠..

댓가를 치뤄야 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