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부쩍 어른 모시는 일이나 간병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네요. 제 처지가 그렇습니다. 시어머니 모시고 간병중이죠.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일이 주요일과가 되었어요.
몇 달 하다보니 제 몸이 축이 나고(몸무게가 쭉...) 급기야 어제는 몸살이 나서 드러누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엌에서 서성거리시는 시어머니 때문에(일상생활은 가능하심) 부엌에 들어가기도 싫고 뭐, 다 괜찮습니다. 그렇죠 뭐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오늘은 시누이네가 어머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모시고 가서는 우리 엄마랑 이렇게 지내고 있다며 사진을 보냈는데 사진 속의 시어머니가 그냥 꼴보기도 싫은겁니다.
며칠 후면 다시 우리집에 오셔야 할텐데 그냥 거기 쭉 계셨으면 좋겠고 가슴이 찢어지고 매일 대성통곡한다는 딸네들이 돌아가면서 모셔줬으면 좋겠습니다.
시어머니도 며느리 눈치를 보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병원이며 간병이며 다 맡아서 하다보니 뭐라고 싫은 소리도 못하고 계셨던가 봅니다. 얼마 전에 둘째사위가 방문을 해서 같이 나가려고 외투를 입는데 단추가 잘 안잠가지기에 제가 도와드린다고 잠가드리려고 했더니 홱 하고 손을 밀치시더라구요. 그러다 좀 있다가는 목도리가 좀 이상하게 되어서 제가 고쳐드리려고 했더니 그때도 손을 홱 치면서 외면. 순식간에 정이 뚝 떨어지면서 뭣하러 잘해드리나 싶고 사위 왔다고 저렇게 유세를 떠나 싶어 좀 우습기도 하고...
정작 더 웃긴건 뭔지 아시나요? 친자식인 아들, 즉 제 남편은 저의 이런 모든 스트레스에서 완전 무관하다는 겁니다. 남들은 엄마 아프니까 아들이 모셔가네라고 하면서 아들을 칭찬하는데 뒷감당은 모두 며느리인 내 몫이고 아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합니다.
이래저래 하여간 시어머니고 남편이고 다 정 떨어지고, 사람은 어차피 다 죽는데 죽을 사람이 살신성인도 아닌데 늙어서 아픈 사람 앞에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며느리가 무슨 하녀도 아니고 중대죄인처럼 짐을 혼자 다 져야하나 생각하니 뭔가 억하심정이 생기려 합니다.
이러고 있는 저도 처음에 어머님 아프시다는 말 듣고 불쌍하다고 울었던 사람이고, 정성을 다해서 모셨던 사람인데 이제 시간이 사람의 기운을 소모시키는 건지 다 지쳐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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