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 시누이들 다 지방 살고 저희는 서울 살아요. 큰병원에 다니시느라 저희집에 모신 거죠.
근데 사실 참, 혈육이 아니라 그런가 어머님 아프시면 애간장이 끓고 밤잠을 못이루고 눈물나고 그런건 저하고 상관이 없더라구요 전 그냥 어머님한테 약이 잘 들어야 할텐데, 치료경과가 좋아야 할텐데, 나중에 통증없이 잘 투병하셔야 할텐데... 딱 여기까지인데 저도 우리 친정엄마라면 또 다르겠죠. 아마 다를 거예요. 딸들(시누이들)은 대성통곡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시누이 중 한 명은 이보다 더 잘한다는 병원으로 모셔가봤으면 하는 기미를 비치던데 제가 남편한테 아까 말했어요. 혹시 그런 이야기 나오면 난 병원순례 못한다고 당신이 잘라서 말하라고. 지금 다니는 병원도 전국에서 치료받으러 오는 큰 병원인데 여기서도 이검사 저검사 다 받고 한 달 만에 겨우 다음주부터 첫치료 들어가는데 그 사이에도 저한테 검사날짜 더 빨리 부탁 안한다고 서운하다고 어찌나 그러시는지... 이 와중에 이번 설에 시어른 한 분은 병원 다섯 군데는 다녀봐야 한다고 하질 않나 그렇게 했다간 시어머니보다 제가 먼저 죽을듯해요.
그리고 서운한게 사위들한테는 그리 예를 갖춰서 대하면서 저한테는 눈치는 눈치대로 보면서 은근 갖은 수발드는 사람처럼 여기시는 듯해서 섭섭하고 ..휴, 여기서 말해봤자 뭣하겠나요. 변하지도 않을걸.
그리고 형제들도 그래요. 우리 열심히 힘을 합쳐 잘 이겨보자..이러는데 뭘 힘을 합쳐 이긴다는 걸까요? 자기들은 손가락으로 톡으로만 이거 챙겨드려라 저거 챙겨드려라 말동무해드려라 지시만 하고 내가 혼자 다 하고 있는데.. 이번 설에도 어머님 아프시다고 하니 손님이 무려 다섯 팀이나 왔다 갔어요. 설 다음날 또 제사. 제가 몸살이 안나면 그게 사람일까요?
참 재미있는 것이 내가 몸살나서 이틀을 끙끙 앓아누우니 우리 친정엄마, 딸, 아들만 근심하고 걱정해주지 남편은 원래 그랬듯 약 먹으란 소리나 하고 시어머니 시누이들은 걱정은 하지만 내 마음이 이래서 그런지 내가 아프면 시어머니 간병에 차질이 생기니 그러는 소리로만 들리는게
시어머니 아프니 시어머니 혈육만 진심 걱정 내가 아프니 내 피가 섞은 진짜 혈육만 진심 걱정 인간사가 참 재미있다 싶은 거예요.
별 해결책도 없고, 그냥 속병이나 좀 풀리려나 싶어 주절거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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