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꽤 된 사람입니다.
사실 결혼할 당시 많이 기우는 결혼이라고
주변에서 그랬었죠.
조건이나 외모나,
남편쪽이 땡잡은거라고 다들 그랬죠
(저희 시댁 식구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래서,사람들은,남편이 제게 굉장히 잘 하고
저에게 적극적으로 해서 결혼한 줄 알아요.
하지만,사실은 그 반대예요.
저는 학생 때 부터 남자들한테 인기가 참 많았어요.
외모,집안,공부,예술적 소양까지……
전 별로 돌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거의 집하고 학교만 왔다갔다 했는데도
제가 산 지역에선 제 또래에 저 모르면 간첩이었죠.
좀 보태자면,울산에서 김태희가 누렸다는 인기 만큼
저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 누렸습니다.
저를 좋아했던 남자들이 언감생심 저한테 말도 못 걸고
그야말로 연예인 좋아하는 것 처럼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다는 얘기를
친구들을 통해 수없이 전해 들었구요.
성인이 되어,저를 좋아했던 남자들 중에
제게 적극적이었던 남자들은,
언제나 제가 뭘 좋아하는지에 촉을 세우고,
저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울고 웃었죠.
그에 비해 저희 남편은 굉장히 도도했어요.
직업도 평범하고,외모도 키 작고 못 생기고,
집안도 그저그렇고,성격도 자기 아집이 쎈 편인데,
정말 뭘 믿고 저러는지,
자기보다 더 잘난 남자들도
나한테 설설 기었는데,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죠.
저를 계속 만나기는 하는데
저한테 맞춰주는 것 하나도 없었고,
저에 대해 별 관심도 없었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
뭐 그런 식이였죠.
그게 오히려 제겐 매력으로 느껴져,
결혼은 남편이 하자 말했지만
그 말이 나오게끔 애쓰고 공을 들인 사람은
저란 말이죠.
아무튼 결혼해서 사는데,
남편은 결혼해서도 정말 한결 같더군요 ㅠㅠ
아니,무조건 저한테 다 맞추랍니다.
첨엔 제가 남편을 좋아해서 하자는대로
다 맞추고 살았는데,
이젠 남편은 그러는걸 너무 당연해하는데,
안 그래도 고집 쎈 사람 비유 맞추고 살자니
제가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또 힘든건 남편이 신혼 때 부터 지금까지
밖으로만 돌아요.
평일이야 백번 양보해도,
주말엔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자기 취미생활 하러 다니고,
저는 그냥 투명인간이네요.
집에 와도 사람 얼굴 한번 안 처다보고,
말 한번 먼저 거는 일 없고,
제가 말 걸어도 단답형 대답이 끝이거나
아예 생까네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거의 그렇게 산 것 같아요.
같이 여행 간건,신혼여행과
애 낳기 전 간 여행이 전부고,
애 키가 엄마만해지도록,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 한번 못 다녀왔네요.
하다못해,연애 때 빼고는
남편과 둘이 포장마차 같은데 한번 못 가봤네요.
제가 아파도 집안일 한번 도와주는 일 없고요.
주변에서 다 뜯어 말리는 결혼,
제가 제 발등 찍어버린거죠.
제 나이의 다른 사람들은
남편이 같이 놀자하면 귀찮다는데
저는 남편과 함께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통사정을 해야
남편이 선심 쓰 듯 들어줄까 말까 하는 편이라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자기 생활을 가지라고요?
저 일합니다.프리랜서로.
친구도 물론 만나지요.
하지만,일이 아닌,친구가 아닌,
남편과의 생활이 저는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주말엔 친구들도 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주말엔 만날 사람도 없구요.
저 남편 없는 사람 아닌데 꼭 남편없는 사람 같고,
남편도 마누라 없는 사람처럼,마치 총각처럼
혼자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보내고
가족이나 저랑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서
참 많이 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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