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껏 남편덕에 돈걱정. 마음걱정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것 같아요..

표현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남편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결혼당시부터 내게 극존칭은 아니지만 존대말을 쓰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몇십년 살면서 남에게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는걸 본적이 없고

인정이 많아서 자기가 도와줄수 있는건 뭐든 도와줄려고 하고

남을 볼때 단점보다 좋은점을 보려고 하더군요

남편에게 남의 말을 할때는 험담을 하면안되니 (내기준 험담이 아니고 사는얘기인데) 

좋은말 칭찬하는 말만 해야 해서 그게 스트레스 였어요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어서 부부간의 대화가 별로 없었다는..

남편성격이 파악이 안됐을때 무심코 속어를 썼다가 분위기 싸한적도 몇번~

아들놈이 아빠의 이런점을 꼭 빼닮아서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명언이 생각났더랬죠

남편이 말을 높이니 나만 말을 놓을수 없어 같이 쓰다보니

우리 아이들도  아기때부터 존대말을 예쁘게 자연스럽게 썼는데

대학을 가니까 부모님께 존대말을 쓰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보면 남편이 엄청 자상하고 사랑스런 말을 달고 살것 같죠?

노노  말도 없고 말주변도 없고 무뚝뚝하고 재미 1도 없음ㅋㅋㅋ

암튼 이러한 남편의 확고한 언어 스타일?을 의식하며 살다보니 짜증이 날때도 있었지만 

감정이 상한상태에서  한마디를 해도 한번 생각한후 걸러서 하다보니 싸움으로 번지거나

서로에게 말로 상처준적이 거의 없는 이유가

남편으로 부터 비롯된 언어습관이 큰몫을 한듯 싶어요

아이들이 공부에 소홀하거나 자기몫을 못한다던가 그런기준에서는 엄하게 혼을 내지만

혼낼때도 인격적으로 무시하는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든지  

이런점이 남편의 타고난 성격임을 인정하니까

무뚝뚝하고 표현안(못)해도  그러려니~하고 불만이 생긴다든지 그러지 않더군요

사실 저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거의 해본적이 없어요 

우선 본인이 잔소리 할만한 빌미를 주지않고  

본인의 일은 잘알아서 한다는걸 알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는거죠

지금까지 남편은 나나 아이들에게 걱정끼치는 행동을 한적이 없으니까요

사실 연애도 아니고 엄마쪽 친한분 소개로 결혼했는데

남편이 키도작고  별로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시 혼기도 차고(그때는 노처녀가 죄인도 아닌데 나이차면 쫒기듯하고 눈치보임)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이 지겨워지고  도피하고 싶을때

엄마가 남편을 좋게보고 푸시를 하길래 결혼을 했더랬죠

이렇다보니 어떤 사람인 줄도 모른체 생각없이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겪어본 남편은  진국이었어요..

가장 좋았던건,  정서적으로 전혀 불안감이 없는, 그사람의 존재가 주는 바위같은  안정감이었어요

좋은사람과 결혼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어떤상황에서 이사람 이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것이다..라는 정답에 가깝게 예측가능한 사람이어서

불안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은 사람은 불안하잖아요

남편은 업무상 일때문에 항상늦고 술을 마셔야하고 장기 해외출장도 자주 다녔지만

정말 한번도 불안하거나 남편을 의심해 본적이 없었어요

남편이란 사람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내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죠..

남편은 어릴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아이들을 홀로 키우던 어머님도 돌아가시자

대학도 자퇴하고 군대롤 갔겠죠

제대하고  챙겨야할 동생과 의지할곳 하나없는 세상에 던져진 당시 남편은

타고난 머리와 성실함 밀리면 죽는다는 절박함을 안고 죽을각오로 살았다고 해요

현재 남편은 대기업에서 승승장구 임원으로 근무하며  퇴직을 앞두고 있어요

무뚝뚝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할줄 모르는 남편이지만

든든하게 험한 세상의 울타리, 편히 쉴수있는 그늘이 되어준 사람입니다

어느덧 나이들어 은퇴를 앞둔 남편의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아이들 이야기도 쓰고픈데 다음기회에..

생각 나는대로 중구난방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