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곧 오십되네요.
지금껏 살면서 제일 후회되는게
제 뜻대로 못 산 거에요.
어려서부터 뭐든지 참견, 간섭, 방해가 심했고 전 속으론 제 자신을 아는데 부모님은 절 인정 안해주셨고, 전 제일 큰 약점이 줏대가 약해 제가 살고싶은대로 살지 못했어요. 살고싶은대로 산다고 막놀고 막쓰고 막 방황하고 그런건 아니고 제가 하고싶은 공부, 살고 싶은 삶..그런 거랑 거리 멀게 뜻을 펼치고 못 살고 결혼도 상황에 어쩔수 없이 하게 됐어요.
생각해보면 모든 여건이 안 좋았던 것도 아닌데 왜 제 삶엔 그리도 훼방, 주변 평가 이런 게 가로막고 있았는지 그것들에 휘둘려 살아왔어도 결국 잘 살지도 못했고 결국 이도저도 아니고 만족도 없는 삶인데요.
설상가상으로 남편도 기도 세고 고집도 성질도 장난 아니라 뭐 피하려다 뭐 만난 꼴이고.
제 안엔 무슨 두려움이 그리 많았는지 그 두려움만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이 모양으로 살고 있진 않았겠죠.
그런데요. 제 삶은 그래도
다만 아이가 넘 예뻐요.
못된 남편에 시짜에 오래도 시달려 더 이상 삶에 희망이 있을까 싶은데 아이가 넘 예뻐요.
공부를 엄청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한 인물 하는 것도 아니고 자랑할만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편에게도 절망, 다른 관계들에도 실망..외롭고 별 낙도 없는 제 삶에 아이가 기쁨이네요.
아이가 고3 인데 공부 성적 그닥이어도 좋고
아이에게 다른 욕심이 안 나는 제가 이상한건지 몰라도
그냥 그대로 사랑해주고 인정해주고 아이의 존재만으로 내가 행복한 것
제가 부모에게 이런 사랑이라면 사랑, 인정이라면 인정을 못 받은 걸 이렇게 푸는 건 아닐까 싶기마저 해도
그런 존재가 내게 있단 것만으로 제가 행복하네요.
제 우울증에 시달려 어려서 공부 한번 제대로 봐주지 못했고 밥이라도 제 때 해 준 거 말고는
제가 해 준게 없으니 미안해서라도
성적으로 닥달같은 것도 못했고
마음으로야 사랑했지만 아이 말 들어주는거 외엔
방치하다시피 키웠고
어찌보면 저같은 엄마 둔 아이 입장에선 좀 더 자유롭게
컸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제가 이럴 줄 몰랐네요.
이런 제가 이해안된다는 분들도 계시겠죠.
넋두리 끝 제 위안과 자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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