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어지르기 대장입니다.
차라리 아이들이 덜 어질러요.
애들은 치워라 하면
치우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말이죠.
보통 다른 집 남편들 어지르는 수준이 아니고요.
바닥에 발을 디딜 틈이 없이 어질러 놓습니다.
책상이나 탁자 위에도 그렇구요.
제가 치워주면 또 어질러놓고 어질러놓고…
치워주다 치워주다 저도 지쳐서
몇 년 전 부터는
니껀 니가 치워라하고 안 치워줍니다.
평소에 그리 어질러놓고,
주말엔 친구들 만나러 나가거나
(그 친구들은 가정도 내팽개치는지
주말에도 불러내요)
운동하러 나갔다 저녁 늦게 들어와요.
그래놓고 또 어질러놓고…
모처럼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 좀 치워라 하면,
티비 틀어놓고 넋 놓고 티비 보다
좀 치우다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치웁니다.
제가 다른 집안일 다 하도록
이건 치운건지 어지른건지 티도 안 나게 해놓고
하루 종일 그러고 있어요.
그러면서 내 할 일 다 끝내고 제가 쉬고 있으니까,
자기 혼자 일 시키고
저는 놀고 있는 사람 취급 하네요.
내참~
집중해서 치우면 한두 시간이면 치울 꺼리를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러고 있는데,
보기엔 처음과 별반 다를게 없네요.
보고 있자니 속터져 죽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정리 정돈 잘 하는 깔끔한 남자랑 살고 싶습니다.
이런 말하면 깔끔한 남자가 얼마나 피곤한데
하시는 분이 있을텐데,
자기 지저분하게 해놓고 산다고
잔소리 안 하고 사는거 아닙니다.
자기는 그래놓고 살면서
저 설거지만 좀 밀려도 지X을 떱니다.
그래서 저도 그에 맞춰 한소리 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애들한테 신경질 내서
이제는 집안 시끄러워질까봐 아무 소리 안 합니다.
집 꼬라지 그렇게 만들면 미안한 줄도 모르고
자기가 더 큰 소리 칩니다.
어지르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님 성질이라도 온순하던가…
제 영혼이 피폐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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