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암환자거든요.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스트레스가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제 암은 걸린지 오랜 후에 발견된 듯 해요.
암이라고 확진되기 전 몇 년 동안
너무 몸이 힘들고 피곤했거든요.
쉬어도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요.
(암환자들이 보통 그래요)
제가 식구들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였었는데,
그 무렵에는,가족들 굶길 수 없으니
배달도 시키고 그랬어요.
그래봤자 일주일에 한번 정도였구요.
그런데,남편은 제 암 원인이
바깥밥이나 페스트푸드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남편 때문에,자식 때문에,시댁 때문에,
남들 안 겪는 별별 희한한 일 다 겪고 살아서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수위를 넘길 정도였는데,
남편은 제가 그때 배달 음식 시켜 먹거나
패스드푸드 먹어서 그렇다 생각해요.
그때는 몰라서 그렇지 이미 암 증세가 있을땐데요.
아무튼 남편은 내 병에 대한 모든 탓이
거기 있다 생각하고,
제가 아프면 안되게 생각하기는 커녕
자기 몸 하나 관리 못한다고 한심하다는 식으로 말해요.
게다가 아이들이 뚱뚱한데,
사실 저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고
남편이 살 찌는 체질이거든요.
단,남편은 스스로 소식하고 운동 열심히 해서
뚱뚱한 정도까진 아니고 통통한 편이예요.
아이들이 남편 체질 닮아서
제가 애들 살 안 찌게 하려고
(외관상 뿐만 아니라,건강에도 안 좋으니)
나름 식단에 신경 쓰는데,
현재 애들이 대학생,고등학생이다 보니,
집밥 보단 밖에서 먹고 올 때가 많아요.
그래도 집에서 먹을 땐 신경 써주려 하는데,
애들이 고기 같은거만 잘 먹고
야채는 잘 안 먹어요.
단 음료수 같은거 많이 먹고,밥 많이 먹구요.
그나마 제가 아이 먹고 있는 밥 숟가락에
나물이나 김치 얹어주면
마지못해 먹을 정도예요.
그런데,남편은 애들이 살찐거에 제 탓을 해요.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야채 음식을 안 해준 것도 아니고,
해줘도 안 먹는걸 어쩌라구요.
남편은 살면서 제가 어쩔 수 없는,
아이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제 탓을 했어요.
애가 혼자 밖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져도 제 탓이고,
수업 시간에 자도 제 탓이고,
학교에서 친구 못 사귀어도 제 탓이고요.
성적 안 좋을 때? 그건 말할 것도 없구요.
아이는 제가 하도 야채랑 같이 먹어라 해도
저한테 잔소리한다고
엄마가 자기를 안 좋아해서 시비거는거라고 그래요.
제가 너 병 걸릴까봐 그런다 해도
아무렇게나 먹고 살아도 안 걸릴 사람은 안 걸리고
걸릴 사람은 몸에 좋은 음식 먹어도 걸린다고
말대꾸 하면서요.
그 말이 아주 틀린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이 병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의 일부라도
차단하고 조심하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니,
그런거 신경 쓰다 스트레스 받아서
더 병에 걸릴거라네요.
저는 솔직히 아이가 저처럼 큰 병 걸려
힘들게 살까도 걱정이고,
그런 상황이 생길 경우,
남편의 원망을 들으며 평생 살 것도 두려워요.
애는 말 안 듣고,
애아빠는 애 잘못되면 무조건 다 제 탓이고,
제가 중간에서 정말 미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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