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대해 이해 안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 뿐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좀 의외라서요.
저희 시부모님은 평소 건강에
지나치실 정도로 민감하십니다.
건강식 하신다고 채소 위주로 드시고,
고기는 전혀라고 말할 정도로 안 드시고
단백질은 콩과 두부 등으로 보충하십니다.
신문이나 잡지에 건강 부분 스크랩 해놓으시고
건강 관련 잡지 정기 구독 하시고
건강 관련 프로그램 녹화해놓으시고
그런거 저희 시댁 가면 보여주십니다.
티비에서 건강 프로그램 하면 저희집에 전화하셔서
지금 티비 몇 번에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 하니
보라고 하십니다.
시댁 가면 냉장고에
뭐에는 무슨 음식이 좋고 하는거 다 붙여놓으십니다.
바깥 음식 안 좋다고,외식도 거의 안 하십니다
(저 결혼 20년이 넘도록
시댁 식구들이랑 외식 3번인가 밖에 해본적 없습니다).
라면도 안 드시고,
인스턴트나 반조리 식품 같은건
뭐가 있는지도 모르십니다.
그렇게 사셔서 그런지,
보통 노인들이 겪는 자잘한 질환은 있으셔도
큰 병 없이 잘 지내셔요.
그런데,제가 이번에 이해가 안된다는 부분은
지금부터 쓸 내용입니다.
시아버지가 대학생인 저희 아이
방학 중에 한번 내려오라고 하셔서
저희 아이가 내려갔어요.
사실 저희 시부모님이 잔소리와 지적질이 많으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해서 푸근하게 품어 주는 맛이
없으세요.
게다가,자식과 손주에게,내가 고생해서 니들 키웠으니
니네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고 잘 해야 한다,
라는 말씀을 녹음기 틀어놓은 것 처럼 하시구요
(남편은 그리 키우셨는지 모르지만,
손주에겐 뭘 그리 하셨는지 전 모르겠네요.
애 나이 스물이 넘도록
애 생일이 언젠지도 모르시고
두 아이 생일날,입학식,졸업식 중 어느 한번도
전화 한통 없으신 분이).
특정 정치적 성향이 강하셔서
아들,며느리,손주 붙들고
시아버님 정치적 성향 주입하려 하시고요.
그래서,애들이 할아버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시아버지한테 바른 말 한마디도 못 하는 남편의 닥달에
아이가 고속버스 타고 4시간을 내려갔지요.
아이 혼자 내려간건 이번이 처음이었구요.
아이도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어서
딱 하룻밤 자고 왔어요.
아침에 출발해 가서,
다음 날 정오 쯤 집으로 돌아오는 차를 탔지요.
그러니까,시댁에선 가던 날 점심,저녁과,
다음날 아침 식사를 먹게 되는거였는데요.
시댁이 두 달 전 이사를 가셔서 애가 집을 몰라
할아버지가 터미널로 마중 나오셨다는데요.
점심은 터미널 근처서 사먹고
저녁으론 터미널에서 빵 사갖고 가서 그거 먹었답니다.
다음날 아침만 밥 먹고 왔데요.
제가 아이에게,할머니 어디 편찮으시니?
하고 물으니,
아니,할머니 나 있을 때
혼자서 외출도 하시고 그러시던데,하더라구요.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소엔 잘 못 드셔도
손주들 오면 뭐든 잘 해먹이고 싶어하지 않나요?
더구나 저희 시부모님 처럼
건강과 먹거리에 예민한 분이면
더 하실거 같은데요.
평소 시부모님의 캐릭터로 볼 때
저는 많이 의아하네요.
하도 내려 오라 하셔서 가기 싫어하는 애 보냈더니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참고로…
시아버지가 독불장군이시라
시어머니가 평생 말대꾸 한마디 못 하고 사시다
요즘와서 반항 중이긴 하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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