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인데 중3 아들이 국어 자습서만 붙들고 있는 겁니다.

그저께 아침에 본 페이지 그대로

그러니까 멍때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루종일

남편이 고래고래 고합을 지르면서 하는 말이

"병신새끼 공부도 안하면서 책만 붙들고 있고

멍때리면서 공부 하는척 쇼하고. 다 내돈으로 산거다.

씨발 공부도 안하는 새끼 뭐하러 책을 사주고 지랄이고?

뒤에서 35등 하는 성적이 수업시간에도 공부 안했다는 건데 .

 하기 싫으면 아예 따른거 찾든가! 왜 안할거면서 하는척 하고 내돈만 축내고 지랄이고?

짐승보다 못한 새끼. 개만도 못한놈.

썅놈의 새끼 도대체 니가 집에서 애 어떻게 가르쳤길래 성적이 그모양이고?

 내가 얼굴 부끄러워서 어디 다닐수다 없다"

그러더니 책을 다 찢어버리고 나가버리더군요.

결국은 애가 공부 못하면 엄마가 다 뒤집어 쓰는군요.

어릴때부터 공부를 안하고 못하고 싫어하고 노는것만 좋아하고

공부 시켜도 안되더라구요.

실업계 가서도 스스로 하고 싶은것 찾으면 되겠지. 철이 언젠가는 들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아빠한테 욕먹고 엄청 울더군요.

제가 들어도 자존감이 바닥날 판국인데

남편은 우리 가족한테 돈쓰는것이 너무 아깝다고 합니다.

본마음을 알고나니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다 이해가 되네요.

그렇게 가족이 돈 쓰는걸 싫어했으니 그게 기본 감정으로 깔려 있어서 누르기 힘들었겠다.

아이가 성적이 안좋아서 아무리 속상한다고 해도 저렇게 까지 말하다니

아이는 원래 태어나면거부터 아빠를 좋아하더라구요.

제가 정성것 키워도 아이는 어릴때 넘어져도 "아빠" 하고 우는 아이였습니다.

그냥 이유없이 아빠니까 좋아했던 것이지요.

유치원때 "아빠 힘내세요" 를 부르니

 아빠가 한다는 말이 "부담스럽다. 얼마나 힘을 내서 일해야 되노?"

동생이 태어나서 아빠한테 사랑을 빼앗겼다 싶었는지 많이 서운해하더군요.

하지만 마음이 여린 아이라 표도 잘 안내고 속상하면 참고 속으로 삭히는 스타일 입니다.

중1때는 학교에서 가장 하고 싶은것을 적어내라고 하니

다른 아이들은

돈이 많아서 사고 싶은것 사고 싶다

등등 많았지만

아이는 한결같이 아빠랑 자전거 동호회 가입해서 주말에는 아빠랑 자전거 타고 싶다 였습니다.

아빠는 듣지도 않고 일언지하에 거절하더군요.

"니하고 그럴 시간 없고 주말에 나도 쉬어야 한다"

아이는 정말 한눈에 봐도 순간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더군요.

다행히 자전거 좋아하는 친구들하고 타러 다녔지만 친구중 한명이 아빠랑 자전거 타러 간다고 할때마다 급우울해지곤 했습니다.

공부를 못하고 안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중에 지가 좋아하는것이 생기면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요.

공부머리가 없는 아이를 닥달하면 부모나 아이 둘다 불행해질터인데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제 친구들중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 지금 돈도 잘벌고 (돈이 다가 아니지만)

능력 발휘하면서 잘사는 아이들 많거든요.

아이 아빠는 공부 못하면 아무것도 할것이 없다는 주의 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고 아이자체를 부끄러워 하고 숨깁니다.

좋게 이야기를 해도 말이 안통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참 많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아무 조건없이 아빠라는 이유 만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같이 놀고 싶어한다는것은 큰 복인데 저희 남편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급기야 공부 못하는 아들과 저보고 자기 집이니까 둘다 나가라고 하더군요.

마음이 여린 아이가 훌쩍훌적 울자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더군요.

남편을 밀치고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일이라도 하고 빨리 돈이라도 모아서 나가야 하는것 아닌가 싶네요.

아이가 공부를 못해서 꼬라지가 모기 싫어서 집에 오는것이 싫다는 남편

어디 갈곳이라도 있으면 당장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감싸준다해도 이미 받은 아이 상처는

공부 못한다고 하도 욕을 먹어서 자신감까지 바닥난것 같지만 여전히 아이는 책을 펴면 잠이 온다고 합니다.

아이와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