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_홈 버튼_회원가입 주문내역확인
 
맘123
속풀이
연예가십
교육
 
요리레시피
 
자유게시판
추천
[속풀이] 외할머니 보고 왔어요
2018-09-06 (20:07:18) 조회수:1127   댓글:33   추천:2

좀 전에 요양병원에 계신 올해 94세 외할머니를 뵙고 왔어요

계속 주무시기만 해서 간병인에게 물어보니

밤잠을 못주무셔 좀 전에 주사 맞앗다며

한 이틀은 그리 주무실거라고 하네요


이가 없어 다른 건 안되고

무른 과일 으깬 건 좀 드신다길래

단물 뚝뚝 떨어지는 황도 사다 껍질 벗겨 으깨서 가져왔는데

눈도 안뜨시고 주무세요


주사를 잘못 맞았는지 손등 전체가 다 시퍼렇길래

꼭 잡고 앉아 잠 깨시기만  기다리는데

옆옆 침대 할머니가 자꾸 저더러 뭐라뭐라 하세요

말씀이 어눌하셔 잘 안들려 재차 물으니 간병인 불러달라는 거

여기요~ 이 분이 부르세요~ 불렀더니 조선족 특유의 드센 사투리로

안됀다니까!!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네요


복도에 대여섯씩 뭉쳐 큰 목소리로 시끄럽게 웃고 떠들던 이들 중 한명이네요

자꾸 나가자 한다고 어디 나가냐고 맨날 오후만  되면 나가자 하는데 죽겟다고

6인 병실에 주무시는 분이 2분인데 목청껏 소리소리 지르며

때마침  당 체크하러 들어온 간호사인지 조무사에게 투덜투덜

그나마 그 분은 조용한 목소리로 할머니~ 소나기 와요 안돼요~

그 와중에 울 할머니는 약 기운인지 계속 주무시고 ㅠ


그 옆옆 침대 할머니는 누었다가 도로 일어났다 반복하는 폼새가 아마도

누워도  일어나도 몸이 아픈 분 같고

옆 침대 할머니는 연세도 별로 안되신 분 같은데

다 듣고도 초월한 양 천장만 쳐다보고 눈만 껌뻑이세요

눈빛을 보면 의식도 멀쩡하신 거 같은데


울 할머니는 끝내 주무셔서 그냥 나왔어요

준비해 간 과일은 잠 깨시면 좀 먹여 드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간병인 그 기세가 무서워 고대로 들고 왔네요 

수전증이 심해 혼자는 못 드시는지라



거기 잠시 앉아 있으면서 드는 생각이,,,

나이 들수록 사지 멀쩡한 게 중요하구나 싶었네요

돈 있으면 뭐하나요 그 돈 주고 받는 케어가 저 따위인데

요양병원과 요양원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호자로 와 앉아 있는데도 저 정도면 평소엔 어땠을까

울 할머니 손등 전체가 퍼런 건 그래서일까요

잘 움직이진 못해도 정신은 멀쩡하니 아픈 건 매한가지일텐데

ㅠㅠ


한국인의 밥상 즐겨 보는데,,

90 훌쩍 넘어서도 여직 밭일 하며 너무 정정한 노인분들 보면

침대에 누워만 계신 울 외할머니 생각나고

퇴직하면 지금 집 전세주고 경기도권으로 나가

텃밭 가꾸며 몸 움직거리며 사는 게 답이다 싶어요

오래 살려고가 아니라 적어도

내 몸 내 맘대로 움직이며 살다 가고 싶네요

죽고 싶은데 산다는 지난 번 외할머니 말씀이 너무 서글퍼요








카피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