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게시판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아이 영어교육을 언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에 관한
게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지라 딱 부러지게
이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네요. 고로 장단점을 잘 따져 보시고, 나와 우리 아이한테 맞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영유아기부터 우리말과 함께 영어를
접하는 경우
갓 태어난 아기는 우리말이나 영어 모두 백지상태죠.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을 살펴 보면 엄마, 아빠의 말을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해 듣다가 조금씩 흉내내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말문이 트입니다. 말문이 터진 후 생활 속에서
글을 자꾸 접하다 보면 읽게 되고, 쓰기에도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데 영어도
대략 마찬가지 순서로 발달합니다.
영유아기부터 영어를 접하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어리다 보니 부모한테 교재 선택권이 있고, 아이의 반응을 봐가며 여유 있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쉽게 배우는 만큼 잊는 속도도 빨라서 꾸준히 하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도 합니다. 또, 아이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우리말이 어눌하고 늦는 경우도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영어 자극이 많아도 우리말 자극의 양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되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 그림책과 함께 영어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 주면 단어는 물론 간단한 문장을 통째로 익혀 표현하게 됩니다. 사물
인지를 두 가지 언어로 하다 보니 어떤 경우는 영어로, 또 다른 경우는 우리말로 표현하는 등 두 언어가 일시적으로
혼재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정리가 됩니다.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 또한 꾸준히만 하면 비교적 쉽게 발달합니다.
영어로 사물 인지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물 그림책이
있으면 좋고, 책 자체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재미있는 놀이책으로
시작해 보세요. Wee
Sing 오디오 테이프 시리즈와 같은 영어 노래 테이프를 자주 들려 주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말로 자기 의사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영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사실 훨씬 많죠. 요즘 하도 일찍들
시작하다 보니까 혹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깨친 후 영어를 접하면 우리말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 모르는 영어를 답답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언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고비를 넘기기까지 꽤 신경을 써야 하죠. 따라서 교재를
고를 때도 아이 취향을 반드시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 발달했고, 우리말도 능숙하기
때문에 일단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훨씬 빠르고, 수월하기도 합니다. 괜히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게 되고,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해지기 까지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전문가에게 맡기고 마는 경우도 많죠.
우리말로 해석해 달라거나 영어 말고 우리말로 하라고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많아 한 문장씩 1:1로 해석해 주기
보다는 맥락을 대충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말로 요약해 얘기해 주는 등의 요령이 필요합니다. 자기 주장이 강한 나이기
때문에 엄마가 일방적으로 끌고 나가기 보다는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고, 아이와 의견을 조율해가며 서서히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죠. 우리말로 해석해 내용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 어려운 고비는 넘겼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를 때도 추천 목록에 있는 책을 일방적으로 구입해 주는 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서점에 나가 미리 준비해 간 목록에
있는 책을 찾아 보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 한두 권쯤은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면 아무래도 더 애착을 갖겠죠? 처음에는
아이의 관심 분야와 관련 있는 책 혹은 우리말로
읽었던 책 중에 좋아했던 책을 원서로 읽어 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영어 자체만도 생소한데 접근 방법이 아이와 잘 맞지 않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안되겠죠?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는 상관없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방법이 우리 아이와 가장 잘 맞을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노래 부르고, 율동 하는 걸 좋아하는 동적인 아이라면 가만히 앉혀 놓고 책을 읽어 주는 것보다는 노래를
틀어 놓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게 더 맞겠죠?
아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한다면 영어 그림책 읽기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많죠. 동적인 아이들은 똑바른 자세로
앉아 책에 집중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책을 들고 앉아 읽어주기 보다는 테이프를 틀어
놓고 엄마가 따라 읽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 보세요.
그림책을 가지고 영어를 접하는 것이 참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 그림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한테는 영어 그림책
또한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영어보다는 일단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엄마가 아이 영어를 직접 챙기면 아이의 상황이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날마다 꾸준히
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더군요. 아이의 하루 일과를 가만히 따져 보면 평소 좀 여유가 있다거나 상대적으로 정적이다
싶은 시간이 있을 겁니다. 이런 시간을 놓치지 말고 활용해 보세요. 이도 저도 다 여의치 않으면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만이라도 꼭 챙겨 주시길! 짧은 시간이지만, 이것도 쌓이고 쌓이면 무시 못할 효과를 발휘한답니다~
알아 두면 도움이 되는 사이트와 참고 서적
영어 그림책을 가지고 영어를 익힌다고 하니까 영어 그림책을 영어 교재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제가 언급하는
영어 그림책은 영어 교재가 아니라 작가와 삽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는 영어를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만든 교재도 물론 있죠. 이런 교재들을 활용하면 영어를 배우는 효과 하나만 얻지만, 그림책 작품들을
활용하면 좋은 글과 그림을 접하고, 영어까지 부수적으로 익히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영어 그림책으로
이렇게 여러 효과를 얻으려면 그림책 전반에 대한 안목을 키워두면 좋습니다.
시중에 그림책 관련서가 많이 나와 있는데 일본인이 쓴 책은 보통 일본 그림책 위주라 영어로 된 책을
고를 때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꼭 기억하시길...
영어 그림책에 관한 책도 몇 가지 나와 있는데 엄마보다는 선생님한테 더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있고, 독후
활동 중심인 책도 있으니까 목차를 보고 필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을 골라 보세요.
킴앤존슨, English+와 같은 영어전문서점에서 제품 홍보 및 활용을 돕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무료 스토리텔링 시간에
참여해 보는 것도 참고가 될 겁니다. 자세한 내용 및 시간은 해당 서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시길...
이 외에 영어독서지도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의 홈페이지도 영어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되니 기억해
두세요.
